우울감 '코로나 블루' 넘어 분노 단계
"코로나 오래가 막가파식 감정 자극"
"주변의 약한 사람·존재에 분노 투사"
"분노조절 폭력 이력 땐 적극 치료를"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감과 건강·생계에 대한 불안감 등이 누적되며 어느 순간 분노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 독선적인 사고를 갖고 있거나 편협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사람은 심할 경우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1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 레드'는 최근 잇따른 동물 학대 범죄와 노인, 알바생 등 약자를 범행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재난 직후에는 불안이 높다가 뒤로 갈수록 우울과 분노가 증가한다"면서 "공공장소에서의 일탈이라든지 사회적 약자에 표출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오래가면서 공격성과 '막하고 싶은' 본능적 욕구들이 계속 누적된 결과"라며 "초기에는 내부를 향하던 우울감이 누적되면 분노가 돼 외부를 향하는데, 주로 가까이에 있는 약한 사람 또는 약한 존재에 투사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분노는 불특정 다수 내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한테도 나타날 수 있다. 가령 사회적 관계에서 '내가 물건을 사는 사람이다'라고 하면 작은 단서를 가지고도 공격성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반사회적이고 예방이 안 돼 더 위험하다. 사회적으로 안정성이 없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든 아니든지 간에 전체적으로 많이 억눌려 있다"며 "결국 아프지 않기 위해서 참는건데 (코로나가) 너무 오래 가니까 막가파식 감정이 자극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 근처에서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라도 억눌린 걸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공원 등 인프라 자원이 부족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심리적 고통에 특히 취약하다. 놀이·여가·문화·운동·여행 등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길을 뚫어줘야 한다"고 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코로나로 인해서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분노 조절 문제 때문에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을 정도가 되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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