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죽고 싶은 내 두 손에 식물이'
[서울=뉴시스] "내가 식물을 살리고, 식물이 나를 살렸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여러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저자가 식물을 기르면서 알고 깨달은 것들을 쓴 에세이다. 저자 심경선은 책에 등장하는 3백여 본의 식물과 산다. "그 생명체들을 보살피기 위해서라도 애써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자꾸 안으로 침잠하는 자신을 지상으로 끌어올린다"고 했다.
"나는 왜 책임져야 할 일을 이렇게나 벌여 놓았을까." 후회하는 날이 많았지만, 식물들은 ‘괘씸하게도’ 이런 저자의 상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존재’했다. 이 때문에 저자는 결국 번번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저자는 깨닫는다.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이 수많은 생명체 덕분에 자신 역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미련 없이 죽고 싶은 마음 바로 뒤편에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는 사실도.
'죽고 싶은 내 두 손에 식물이' 책은 '많이 죽이셨나요?'로 시작한다.
"내가 키우면, 우리집에만 오면 식물이 다 죽어"한다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식물에게 가장 좋은 물은 ‘묵힌’ 물이니, 하루 이틀이라도 물을 ‘재워’ 쓰길 권하고, 식물이 많이 죽어 나가는 겨울철에는 식물들을 위해 어떤 환경을 조성하면 좋은지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 준다.
식물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 의외로 ‘지나치게 물을 준 것’임을 짚으며, 식물을 가장 잘 키우는 사람은 ‘잘 참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식물이 원하는 속도를 잘 읽어 주는 사람, 식물에게 물을 더 주고 싶을 때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사람, 식물마다 자라는 속도가 있음을 인정하고 가만히 그 식물 고유의 리듬을 읽을 줄 아는 사람 말이다."(55~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