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명숙 수사방해' 무혐의, 왜…공수처 "총장 권한"

기사등록 2022/02/09 16:18:08 최종수정 2022/02/09 18:13:43

윤석열 '직권남용·직무유기' 인정않은 공수처

감찰부 아닌 인권부에 배당…"검찰총장 권한"

규정상 감찰3과장 담당…"재확인, 위법 아냐"

혐의 불분명…"기소 안했다고 직무유기 안돼"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힘내라 택시! 소통의 날' 정책간담회에서 기사 제복을 입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2.02.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재환 김소희 기자 = '한명숙 사건'에 관한 감찰과 수사를 누가 할지 결정하는 권한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있었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판단이 나왔다.

해당 사건의 감찰·수사 담당을 특정한 건 검찰총장으로서의 정당한 권한행사이며, 검찰이 위증을 부추겼다는 의혹만 무성할 뿐인데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고 해서 직무유기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감찰의 독립성을 근거로 윤 후보의 책임을 주장했던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으로선 체면을 구기게 된 셈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된 윤 후보 등에 대해 불기소처분했다.

공수처는 윤 후보와 당시 대검 차장검사였던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이 지휘부로서의 권한을 남용해 한 부장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권리행사를 방해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한 부장은 지난 2020년 4월 한 전 총리 사건에서 검찰의 모해위증교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사건을 자체적으로 감찰하려 했으나, 윤 후보가 대검 인권부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넘기도록 지시해 감찰 업무에 대한 권리행사를 방해받았다는 입장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 부장은 윤 후보에게 문자메시지로만 보고를 한 뒤,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 감찰에 착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두 사건에서 한 부장은 대검 훈령인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을 근거로 감찰 업무의 독립성을 주장했다. 해당 훈령은 감찰을 개시할 때는 사실과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과천=뉴시스] 고범준 기자 =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9월8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1.09.08. bjko@newsis.com
하지만 감찰 업무의 독립성 규정은 하위법령일 뿐이며, 윤 후보가 한 전 총리 사건을 특정 부서가 맡도록 지시한 것은 보다 상위법인 검찰청법에 근거한 행위다.

검찰청법 7조는 '검사는 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따른다'고 규정하며, 같은 법 12조에는 '검찰총장이 검찰 사무를 총괄하고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이 있다.

한 부장과 감찰부도 대검 소속인 점을 고려하면, 검찰총장이자 상급자인 윤 후보의 지휘를 따라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수처 역시 한 전 총리에 관한 진정사건의 담당부서를 지정하는 것은 검찰총장 권한이며, 감찰 업무의 독립성을 고려해도 윤 후보가 한 부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주임검사가 임 담당관이 아니라고 한 행위 역시 규정상 죄를 묻기 힘들다고 했다.

대검 감찰부 산하에는 감찰 1·2·3과 등 3개 부서가 있는데, 이 중 고검검사급 이상의 비위는 감찰3과장이 담당한다는 게 검찰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이다. 당시 허정수 감찰3과장은 최초에 진정사건이 접수됐을 때부터 소속 연구관을 주무검사로 해 사건을 검토 중이었다.

임 담당관이 조사에 참여한 건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부임한 뒤였으며,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겸임 발령을 받고 한 부장의 승인을 얻어 사건 관계인을 기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천=뉴시스] 조수정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왼쪽)이 지난해 7월14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피의사실 공표 방지 방안 등을 포함한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기 전 한동수 대검감찰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14. photo@newsis.com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윤 후보 등이 기소 결재안을 반려하고 주임검사가 감찰3과장인 것을 다시 확인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보기 힘든 것으로 평가된다.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건 규정상 임 담당관이 아닌 감찰3과장인 셈이다. 임 부장이 그러한 업무를 처리할 권한을 얻기 위해선 한 부장의 승인이 아닌, 소속 검찰청의 상급자인 윤 후보의 지휘가 있어야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사무의 최고 책임자인 윤 후보 등이 (임 담당관의 기소 결재 요청을) 반려하면서 감찰3과장을 사건 주임검사라고 재확인하거나 지정한 행위는 직권을 남용해 임 담당관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소를 반려해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소자들이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고 윤 후보 등에게 직무유기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결론도 나왔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거나 방임한다면 형법상 직무유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한 전 총리 사건 재소자들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은 상황인데, 이들을 기소하지 않아 공소시효를 넘겼다고 해서 윤 후보 등이 검사로서의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건 아니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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