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022년 주요업무 계획 발표
35억 규모 외국박물관 한국실 지원 확대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증품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를 마련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박물관 서비스도 확대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올해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민병찬 관장은 취임 후 '사람을 다시 보다, 세상을 연결하다, 내일을 준비하다'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왔다. 특히 박물관이 서로 소통하며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민 관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이 붙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사회의 전반적인 환경 변화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라며 "결국 박물관은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면서도 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재의 본질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건희 기증품 조사연구 본격화…1주년 기념 전시회
지난해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9797건, 2만1600여점은 1945년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수량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박물관에서는 기증품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으로 기증품 활용의 토대를 구축하고, 다양한 방식의 특별전을 기획해 사회적 의미를 확산할 계획이다.
또 개인 소장품이어서 국보, 보물 등의 지정문화재를 제외하고는 공개가 어려웠던 유물의 역사적 가치를 파악해 국민에게 신속하게 공개하기 위한 조사연구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우선 기증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신속하게 공개하기 위해 유물 등록을 본격화한다. 식별할 수 있는 고유 등록 코드를 부여해 유물의 기본정보를 작성하고 2만1000여점의 사진을 다시 촬영한다. 언제 어디서든 해당 기증품들을 열람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2023년부터 e뮤지엄 등 온라인을 통해 전체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증 1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4월28일부터 8월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기증품 중 엄선한 300여 점을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며,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받은 5개의 공립미술관에서 12점을 출품한다.
하반기에는 광주박물관의 브랜드인 도자기류를 중심으로 대표작을 공개하는 국립광주박물관 순회전을 10월에 시작하며, 2023년에는 대구, 청주 등 권역별 소속박물관에서도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소속관의 자원을 반영한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즈텍·비엔나…세계 다양한 문화 만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으로 이전한 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도 다양한 세계 문화와 만날 수 있도록 외부와 연결하는 창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다.
먼저 상반기에는 '아즈텍' 문명전을 5월 개최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멕시코 아즈텍 문명을 소개하는 전시로 문화, 예술, 정치, 경제, 의례 등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2009년 개최된 '잉카', 2012년 개최된 '마야' 특별전에 이어 아메리카 3대 주요 문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시다.
하반기에는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비엔나 명화전, 합스부르크 왕가의 보물전'이 10월 열린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실로 오랫동안 유럽을 대표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할과 영향력을 중심으로 오스트리아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본다.
전시품은 16~20세기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르네상스, 바로크 시기 회화, 공예품 외에도 고종 황제가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조선의 투구와 갑옷이 포함되어 있어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7월 상설전시관 3층 세계문화관에는 그동안 많은 관심을 끌었던 이집트실을 메소포타미아실로 새롭게 꾸밀 예정이다. 이집트실 후속으로 자주 비교되는 메소포타미아문명을 주제별로 구성해 소개하며 '타일 사자상 부조', '쐐기문자 토판문서' 등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 67건을 선보인다.
외국 박물관에서 우리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국외전시도 진행된다. 미국 프리어&새클러박물관에서 삼국~통일신라시대 우리나라 고대 건축 문화의 특징을 조명하는 '한국의 치미' 특별전이 5월21일부터 10월29일까지 열린다.
남미의 콜롬비아 황금박물관에서는 한국 도자의 역사적 흐름과 각 시대를 대표하는 도자의 특징과 미적 가치를 조명하는 '한국 도자 특별전: 전통의 울림'이 9월8일부터 2023년 2월20일까지 개최된다.
◆인공지능 기술 적용 스마트 박물관 서비스 확대
박물관과 우리 문화유산 고유의 전문성을 반영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인공지능 기반 관람 서비스를 확대한다.
먼저 박물관에서 유의미한 인공지능 활용을 위해 소장 문화유산과 아카이브 자료에 기초한 학습 데이터 애셋 구축, 데이터 품질 개선, 활용 기술 개발과 이를 구현하는 지능형 큐레이션 플랫폼 설계를 추진한다.
지능형 큐레이션 플랫폼은 2020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추진해 온 연구 성과를 적용한 것으로 문화유산 지능형 검색, 이미지 고품질 변환, 문화유산 관계 분석, 3D 가상 전시 구현 등의 기능을 갖춘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 관람 서비스로는 우선 3D 아바타 수어 해설, 점자 입·출력, 텍스트·음성 안내 등의 기능을 탑재한 인공지능형 키오스크를 개발하고 이를 모바일과 연동해 맞춤형 관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인공지능, 자율주행 기반 전시 안내 로봇 '큐아이'에 동행 길안내 기능과 연계 도슨트, 수어 해설 서비스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디지털실감영상관에서는 박물관 소장 초상화 이미지를 활용한 관람객 참여형 실감콘텐츠가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전통문화 한류 박차…외국박물관 한국실 지원 확대
외국 박물관 한국실 지원사업은 우리 문화재 국외전시와 함께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외국 박물관에서 상설 운영되는 한국실은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상시 노출되며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효과가 크다.
한국실은 1990년 이후 국내 기관의 적극 지원으로 23개국 69개관이라는 양적인 성장을 이뤘으나, 소장품의 종류와 수량이 부족하고 중국이나 일본실에 비해 협소한 공간, 전문 인력 부족 등의 한계로 인해 질적인 성장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박물관은 올해부터 기존 지원사업에 더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던 한국실 지원 사업(35억원 규모)을 이관 받았다. 세계 주요 박물관에 한국실 신규 설치 및 한국실 공간 개선, 전시품 차용, 특별전 개최, 전담 인력 채용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는 러시아 예르미타시박물관을 비롯해 북미·유럽권 및 동남아시아 1개국의 주요 박물관 5개관을 신규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신남방국가에 한국실을 마련함으로써 지역 편중을 해소하고 IT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를 활용해 전시품 및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최근 유니버설 디자인, 배리어 프리 등 개념이 도입되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박물관도 장애인과 취약계층이 전시와 교육 등 박물관의 문화 서비스를 제약 없이 누릴 수 있도록 콘텐츠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킬 예정이다.
장애인 등의 전시 관람을 돕기 위해 11월 수어통역 및 수어전시해설 인력을 배치하고, 7~10월에는 상설전시관에 점자 전시자료 및 안내판, 촉각전시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브랜드인 '국보 반가사유상'을 주제로 점자책, 오디오북, 비디오북 3종을 제작, 배포할 계획이다.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도 개발한다. 양방향 소통 기능을 탑재한 인공지능형 키오스크 시스템을 개발해 장애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약계층과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안내 로봇 '큐아이'에 수어 해설 서비스도 도입된다.
또 장애인 특화 교육공간인 '장애인 스마트 강의실'을 마련해 장애인 관람객의 문화재 탐구·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밖에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 장애인의 문화분야 디지털 이해도를 넓히고 장애인 전용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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