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시스]권혁진 기자 = 두 대회 연속 입상이자 한국 선수 첫 메달은 다른 선수들의 기록에 걸려 있었다. 모든 국민들이 숨죽이고 남은 레이스를 지켜봤지만 정작 당사자는 한없이 '쿨'했다.

김민석은 8일 중국 베이징의 국립 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11조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파트너는 세계기록(1분40초17) 보유자이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인 키엘트 누이스(네덜란드). 인코스에서 출발한 김민석은 첫 300m를 23초75에 주파하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전체 9위로 나쁘지 않았다.

이어진 400m에서는 25초38을 찍었다. 700m 지점을 49초13으로 통과한 김민석은 700~1100m 구간에서도 26초대(26초61)를 유지하더니 마지막까지 크게 밀리지 않았다. 최종 기록은 1분44초24.

중간 순위는 3위였다. 12~15조에서 뛸 8명 중 한 명이라도 김민석을 넘어서면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은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하지만 남은 선수들의 기록이 예상보다 좋지 못했다. 14조에서 뛴 같은 아시아 선수이자 라이벌 닝중옌(중국)도 1분45초26에 그쳤다. 마지막 15조의 코너 하우(캐나다)는 1분44초86으로 김민석에게 0.62초 밀렸다. 링크를 떠나지 않고 기다렸던 김민석은 순위가 확정되자 환한 미소를 보였다.

기다림의 시간은 어땠을까. 의외로 "별 생각을 안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민석은 '될 대로 되라지',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운명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김민석은 4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초조하게 다른 선수들의 레이스 종료를 기다리던 김민석은 동메달이 결정된 순간 링크를 뛰어다니면서 크게 환호했다.

김민석은 "평창 때가 더 초조했다. 지금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그때는 '제발 3등이라도 하자'였다"고 떠올렸다.

평창에서 김민석은 3위로 아시아 선수 최초 올림픽 남자 1500m 메달리스트가 됐다. 베이징 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 등으로 몸만들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큰 경기에 강한 면모는 여전했다.

쇼트트랙 편파 판정과 믿었던 스노보드 이상호의 조기 탈락으로 초반 메달 사냥에 애를 먹었던 한국은 김민석 덕분에 막힌 혈을 뚫었다.

김민석은 "올림픽 전에는 (내가 첫 메달리스트가 될 줄) 상상하지 못 했다. 내 경기 전에 쇼트트랙도 있고, 설상 이상호 선수도 있었다. 메달을 따도 나중 주자가 될 것이라고 봤다"면서 "(쇼트트랙 판정 논란 등)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나라도 오늘 메달을 따서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돼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성과가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되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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