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프간 구출 時 동물 구조해 논란
존슨 총리 관여 부인 "거짓말 의혹" 제기
영국 하원, 외무부 직원 이메일 2건 공개
메일 "총리가 동물 구조 승인" 언급 있어
[서울=뉴시스] 이진경 인턴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또다시 거짓말 의혹에 휩싸였다. 존슨 총리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람을 구조하기도 긴박했던 상황에 동물을 구출했다는 논란을 부인한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영국 하원 외무위원회가 지난 26일 공개한 이메일 2건에는 존슨 총리가 아프간 구출 작전 중 유기 동물 구조를 승인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해졌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8월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면서 자국민과 영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구조하기도 빠듯했던 상황에, 국방부가 돌연 전세기로 유기견 150여 마리 등을 구조한 것이 적절했는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존슨 총리는 영국 동물보호단체가 요청한 유기견 구조를 승인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외무위원회가 공개한 이메일이 해당 주장을 뒤집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영국 노동당은 분석했다.
공개된 2개 이메일 중 첫 번째 메일은 외무부 직원이 지난 8월25일에 작성한 것으로 "총리가 자선단체 직원과 동물 구조를 (방금) 막 허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이어 CNN은 두 번째 이메일에 동물구조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없으며 "같은 날 총리가 승인한 동물 자선단체 직원 구조 결정을 미루어보아"라는 대목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메일은 외무부 직원 간에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영국 해군 출신으로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던 폴 파딩은 지난해 8월 자신이 보호하던 동물들을 영국으로 구조해달라 요청하며, 영국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가디언은 당시 파딩의 동료들이 존슨 총리의 부인인 캐리 존슨 등 측근에 로비하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대피하는 게 중요하다며 해당 요청을 거부했지만, 결국 방침을 변경해 동물들을 영국으로 수송했다. 이 과정에서 캐리 존슨도 파딩의 동물보호소를 지지한 바 있다.
영국 총리실은 26일 이메일 공개 후에도 "총리가 관리들에게 특정 행동을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달 아프간 구출 작전 당시 아프간인보다 동물 구조를 우선했느냐는 질문을 받은 존슨 총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에 주아프간 영국 대사관 경비로 근무하던 한 아프간인은 "(영국 정부가) 수년간 근무한 경비원보다 개에게 우선권을 줬다"며 "영국 정부가 지금이라도 우리를 구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노동당 소속 의원 존 힐리는 “존슨 총리가 또 거짓말한 것이 들통났다”며 “영국을 위해 일한 아프간인들이 현지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동물 구조를 우선시해서는 안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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