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5 추락에 노후 전투기 조기 도태 목소리
적정 전투기 대수 430대 기준 놓고 논란
유사시 적 공격을 위한 전투기 부족 상태
현재 공군은 F-5를 80여대, F-4를 20여대씩 운용하고 있다. 두 기종 모두 노후 전투기다. 이번에 사고가 난 F-5 기종 80여대는 통상 30년 정도인 정년을 넘겼다. 2000년 이후 F-4, F-5를 합해 모두 15대가 추락했고 조종사가 17명 순직했다.
그럼에도 공군은 적정 전투기 대수 유지를 위해 연간 약 1400억원을 들여 F-5, F-4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 영공 방어를 위한 전투기 적정 대수인 430여대를 유지 차원에서 퇴역 시기를 넘겨 운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공군 입장이다. F-4, F-5 등 노후 기종 100대를 작전에서 한꺼번에 제외하면 전시대비 핵심 전력 유지나 방공식별구역 수호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조관행 공군사관학교 군사학과 교수 등이 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한 한국공군의 적정 전투기규모 도출 방법에 관한 연구 -공세작전에 필요한 소요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한국국방연구원은 한반도 안보환경을 고려한 적정 전투기 대수를 430여대로 규정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연합공군사령부 전력의 계획된 능력을 제공하도록 하는 3일간의 '기 계획된 통합임무명령서(Pre-positioned AirTasking Order, Pre-ATO)에는 정해진 공군 전투기 출격 횟수가 있다.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전투기 대수가 430대라는 것이다.
최고 성능과 위력을 가진 하이급 전투기는 2040년대까지 F-15K(약 60대)와 F-35A(약 40대)가 담당한다. 중간 수준인 미디엄급 전투기는 2030년대까지는 KF-21(약 120대)과 KF-16(약 150~170대), F-4(약 20대)가, 2040년대에는 KF-21이 담당한다. 위력이 가장 떨어지는 로우급 전투기는 현재 F-5(약 80대)가 담당하고 있으며 향후 FA-50(약 60대)이 이를 대체할 예정이다.
이처럼 공군이 다양한 전투기를 보유하는 것은 전투기 무장능력별로 다른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이급은 공중 엄호와 공중 강타를, 미디엄급은 공중 강타와 대공 제압, 공중엄호를 맡는다. 로우급은 공중투하와 근접항공지원(Close Air Support, CAS), 방어 제공에 투입된다.
전투기의 수요 결정, 개발, 도입, 실전 배치가 일시에 이뤄지지 않고 오랜 시간을 걸쳐 이뤄지는 점 역시 전투기가 다양한 이유 중 하나다. 특정 시점에서 한 국가가 보유하고 활용하는 전투기는 수십년 전에 도입된 전투기부터 최신 전투기까지 다양하며 성능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공군이 430대를 기준으로 작전을 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유사시 북한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군사적 분쟁 발생 시 신속한 제압을 위해서는 일시에 공군력을 집중시켜 전략적 목표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시 초반에는 미사일 전력을 활용해 북한 방공망과 주요 지휘통제 체제를 와해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미사일은 비싼 무기다. 탄도미사일인 현무-2 블록 B형은 1기당 가격이 40억원이다. 미사일의 경우 발사 전에 표적 정보를 입력해야 하므로 이동표적을 상대할 수 없다. 미사일은 목표지점 타격 후 성공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공군 전투기가 운용하는 합동직격탄(Joint Direct Attack Munition, JDAM)의 경우 탄두는 현무-2형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기당 가격은 2000만원으로 20분의 1 수준이다.
조관행 교수 등은 "한국 공군의 주력기종인 KF-16은 1회 임무 당 JDAM 2발을 운용할 수 있고 항공기 장착 표적식별 장비로 이동표적 공격과 공격 후 임무 성공 여부도 주·야간 확인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략목표가 현실적으로 수백개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은 주로 전시 초반 적의 위협이 가장 높을 때 고정목표를 대상으로 항공력과 동시에 사용하고 이후에는 공군전력으로 여러 종류의 표적군을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유사시를 고려하면 전투기 430대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투 시 생존율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일일 전투기 100대 기준으로 생존율을 90%로 가정하면 1일 후에는 90대, 2일 후에는 81대, 3일 후에는 73대, 4일 후에는 65.6대, 5일 후에는 59대만 남게 된다. 4일 만에 전체 전력의 약 60%만 남게 되며 9일 후에는 34.87% 전력만 남게 된다.
여기에 고장 등으로 인해 전투기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여분의 전투기를 더 확보해둬야 한다. 근접항공지원과 방어 제공을 위한 전투기도 필요하다. 이 경우 적정 전투기 수는 더 증가할 수 있다.
조관행 교수 등은 "2018년 기준 한국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수는 410대로 과거의 안보환경을 바탕으로 제시된 적정 전투기 수에 비해서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더욱 중요한 점은 도입 예정인 F-35A 전투기 40대를 고려하더라도 도태가 예정된 전투기의 수가 훨씬 많아 2020년대 중반에는 전투기 보유대수가 310대 수준으로 빠르게 감소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군은 노후 전투기 대체 방안으로 3가지를 검토하고 있다. 차세대전투기(FX) 1차 사업으로 들여온 F-35A 40대에 이어 2차 사업으로 20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 블록Ⅰ 40대, 블록Ⅱ 80대 순으로 생산하려던 국산 전투기 KF-21을 조기 생산해 블록Ⅰ 60대, 블록Ⅱ 60대 형태로 도입하는 방안, 현재 60대인 국산 경공격기 FA-50을 20대 추가 구매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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