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00만원까지 15% 세액 공제돼
효자 세액 공제 항목, 이용 잦지만
국세청은 "카드 하나만 쓰라" 안내
그러나 전산상 '결제자 확인' 불가
납세자연맹 "과다 공제 적발 안 돼"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몸이 아파 병원을 자주 찾으면서 병원비와 약값으로 수백만원을 썼다. 이렇게 본인 신용카드로 결제한 의료비를 남편이 연말정산에서 세액 공제를 받게 하기 위해 몰아주려고 했지만, 국세청으로부터 "카드를 나눠 결제했다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남편 카드로 결제했어야 몰아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의료비 세액 공제는 병원 진료비·의약품비 등을 많이 낸 근로 소득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총급여액의 3%를 초과하는 의료비를 15%까지, 연 700만원 한도로 공제받을 수 있다. 내야 할 세금 자체를 줄여주는 세액 공제 항목이라 병원이나 약국을 자주 찾는 직장인에게는 '효자'처럼 여겨진다.
다만 이 제도는 '총급여액의 3%를 초과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 문턱이 높다. 예를 들어 지난해 회사에서 총 5000만원을 받은 근로 소득자가 의료비를 160만원 지출했다면 150만원(5000만원의 3%)을 초과하는 10만원만 의료비 세액 공제 대상이 된다. 부부간 '의료비 몰아주기'가 성행하는 이유다.
국세청은 몰아주기를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면서도 남편이 공제를 받으려면 "연말정산을 하는 남편의 신용카드로 아내의 의료비를 결제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병원비를 똑같이 썼더라도 카드 명의자가 누구냐에 따라 부부간 의료비 세액 공제 몰아주기가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때 남편이 "아내 카드 결제 대금을 내가 낸다"고 항변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같다. 연말정산을 하는 근로 소득자와 의료비를 결제한 신용카드의 명의자가 같아야만 모든 병원비·약값을 합산해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납세자연맹은 이와 다른 설명을 내놓는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국세청은 남편이 지출한 의료비인지, 아내가 지출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신용카드사는 월별 총사용 금액만 통보하지, 일자별 세부 내역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NTIS(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 등 현행 국세청 전산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요건에 맞지 않는 자료를 이용해 실제보다 더 많이 공제받을 경우 원래 세금은 물론 가산세까지 추징당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지만, 부부가 각자 결제한 의료비를 한쪽에 몰아줬다고 해서 부당 공제로 적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납세자연맹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부모를 부양가족으로 올려 1인당 150만원의 인적(기본) 공제를 받고 있지 않은 차남이 낸 의료비를 장남의 연말정산 때 세액 공제받을 수 있을까.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세청 답변은 "불가능"이다. 어머니의 의료비 600만원을 장남 B씨(인적 공제 수혜자), 남동생 C씨, 여동생 D씨가 200만원씩 나눠 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국세청의 유권 해석에 따르면 B씨는 연말정산에서 자신이 낸 200만원에 대해서만 의료비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납세자연맹은 B씨가 600만원 전부를 의료비 세액 공제 신청해도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김 회장은 "국세청 전산상 누가 제출했는지 알아차릴 수 없기 때문에 부당 공제로 적발되지 않는다"면서 "이런 사례로 부당 공제금을 추징당한 사례도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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