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공원과 서대문형무소 역사적 의미 달라"
지난해 서대문형무소 인근 유관순 동상 설치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정민)은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가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낸 유관순 열사 동상설치 불허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2020년 7월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유관순 열사 동상을 설치하겠다고 신청했으나, 문화재위원회는 동상 설치 적정성을 심의해 불허 처분했다. 서대문독립공원 내에 3·1운동 기념탑이 건립돼 있는 점, 대표성과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기념사업회는 "유관순 열사는 유일한 여성 독립운동가로서 북한 교과서에도 항일 독립운동을 한 사람으로 등재되는 등 독립운동가 중 대표성과 필요성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해 10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기념사업회가 이 동상을 설치하고자 하는 곳은 이 사건 문화재(서대문형무소)의 경계로부터 55m 떨어진, 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 사이 중간 지점"이라며 "전문가는 현장조사를 마친 후 '독립문은 중국(당시 청나라)으로부터의 독립을 나타내는 곳인바, 유관순 열사의 독립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한 동상이 설치되기에는 장소적 특성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장소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립공원의 '독립'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일제 강점으로부터 주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독립'의 역사적 의미가 상이함에도 지나치게 인접해 존재해 역사적 교훈과 가치에 혼선이 빚어지는데, 유관순 열사 동상이 독립공원 영역에 추가될 경우 '독립'의 역사적 의미가 더욱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서대문구청 측의 의견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역사문화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며, 문화재기본계획과 시행계획에 들어맞을 것'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동상 크기가 5.7m로 상당한 규모인 점 등을 종합하면, 동상 설치로 인하여 이 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를 이유로 한 (불허)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소송과는 별개로 기념사업회는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독립공원 내 다른 위치에 유관순 열사 동상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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