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관리·감독이 화근 키웠는데…' 광주 아파트 붕괴 책임은 어디에

기사등록 2022/01/20 16:50:20 최종수정 2022/01/20 18:42:17

조달청 거쳐 계약한 감리, '공정·안전 관리' 총 책임

'사업 승인' 서구청도 책임론…감리 보고 점검 의무

부실 감리 확인됐다면 '등록말소' 행정처분도 가능

[광주=뉴시스] 권창회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0일째인 20일 오후 붕괴 된 아파트 전경 모습. 2022.01.20. kch0523@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현장 붕괴 사고의 근본 배경으로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총체적 부실 날림 공사가 꼽힌다.

숱한 위험 징후에도 이 같은 부실 공사를 미리 막지 못한 관리·감독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가 관심이 모인다.

20일 광주 서구청 등에 따르면, 서구청은 2019년 4월 15일 서구 화정아이파크 1·2단지 주택 신축 사업자(현대산업개발 자회사)가 신청한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현행 법령상 광주시가 승인해야 하지만, 시 사무위임조례에 규정된 '600가구 미만 주택 건설 사업 계획'에 해당돼 서구청이 승인권자가 됐다.

승인에 앞서 31개 유관 기관(시·구 소관부서·소방서·한국전력 등) 협의 도중 일부 보완 사항이 지적됐고 이를 보완한 내용으로 사업 인가가 났다.

2019년 5월 13일 서구청은 현장 공정·안전 감독 책임을 지는 감리단을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을 통해 경쟁 입찰 방식으로 경기 지역의 한 건축사무소를 선정했다. 8일 뒤인 5월 21일 시공사 현대산업개발이 착공했다.

시행사가 감리단과의 계약금 총 36억 2700만 원을 부담하지만, 형식상 서구청이 현장 공정 관리·안전 감독을 건축사무소에 맡기는 구조다.

감리단은 총괄·건축·토목·설비 등 분야별 전문 기술자로 구성됐다. 상주 감리는 7명, 비상주 감리는 1명이다.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0일째인 20일 실종자 가족 중 일부가 붕괴된 22층 이상을 직접 둘러봤다. 가족들은 "옥상부터 쏟아진 콘크리트 구조물 등이 22층에 켜켜이 쌓여 있고 일부는 뜯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실종자 가족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현행법상 착공부터 준공에 이르는 공사 기간 중 건축물 안전관리 감독 책임은 1차적으로 감리단에 있다.

주택법 44조와 동법 시행령 49조, 국토교통부 고시 등 관련 법령에는 감리의 책임과 역할이 명기돼 있다.

감리는 현장에서 ▲시공 계획·공정표·설계도서 적정성 검토 ▲설계도서에 따른 시공 여부 확인 ▲사용 자재 적합성 확인 ▲품질 관리 시험 계획·실시 지도·시험 성과 검토 ▲재해 예방·시공상 안전 관리 ▲설계 변형 적정성 검토 ▲업무 수행 중 위반사항 발견 시 시정 통지 등을 해야 한다.

특히 공정 중 7일 이내 사업 계획 승인권자(서구청)에 보고해야 한다.

국토부 고시 '주택건설공사 감리 업무 세부기준'에는 보다 구체적인 감리의 역할이 담겨 있다. 시공사의 공사·작업일지 사본 보관, 계획대로 시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감리 업무 일지에 써야 한다.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건축물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골조 공정을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다. 감리는 콘크리트 타설 부실 등을 방지하고자 구조물 별 타설 일지(관리대장)에 콘크리트 타설 내용, 검측 결과, 공사 참여자 등을 기록해야 한다.

만약 중요 자재가 규격에 맞지 않거나 시공 부실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임시 조처를 하고 시공사 현대산업개발과 서구청에 보고해야 했다.

사고가 난 현장의 감리단은 2019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3개월에 1번씩 사업 승인 주체인 서구청에 분기별 감리보고서 11권을 제출했다. 그러나 건축물 안전과 직결되는 자재·시공 구조 안정성 관련 검측치를 모두 '적합'으로 보고했다.

보고서와 달리, 감리단은 지하층 공사 당시 시공 부실이 심각해지자 유지 보수 전문 업체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제대로 된 업체가 아닌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해 응급 보수만 했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또 타설 공정 시 수직 하중을 지탱해야 할 임시 지지대(동바리 또는 파이프 서포트 비계 등)를 설치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안전 시공의 '최후의 보루' 감리단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크리트 강도 부족 문제도 현장에서 자재 검측·시공 적정성을 확인해야 하는 감리단의 책임론에 무게가 실린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 관계자가 19일 오전 광주 서구청 주택과 사무실 등지에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관계 공무원이 자료를 꺼내고 있다. 2022.01.19. wisdom21@newsis.com

 
사업 계획 승인을 내준 행정기관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주택법 43·44·48조에 따라 사업을 승인한 서구청은 ▲분기별 감리 업무 이행실태 점검 ▲감리 업무 수행사항 보고 점검·평가 ▲부실 감리자에 대한 조치 등을 해야 한다.

감리 보고서상 현장 상주 여부, 시공 과정 관리, 자재 등 품질 관리, 현장 안전 관리 등을 꼼꼼히 살피고,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다. 부실한 감리에 대해서는 등록 말소·자격 정지·영업 정지 등 처분까지 할 수도 있다.

서구 관계자는 "현장 감리단이 공정 전반에 걸쳐 시공 적정성·현장 안전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것 같다. 감리단 제출 분기별 보고서를 검토하고, 재해 안전 관리 민원이 나오면 현장 점검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감리업체, 서구청, 레미콘 업체 등지에서 압수수색을 벌여 붕괴 원인 규명과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 등이 무너져 내려 이날 현재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발견됐던 실종자 1명은 사고 나흘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건축물 붕괴 사고 나흘째인 14일 오후 경찰이 공사 현장 내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 감리사무소, 관련 업체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2.01.14.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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