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학자들 "지나친 기술·자동화 투자로 불평등 심화"

기사등록 2022/01/12 11:47:31 최종수정 2022/01/12 15:28:42

고만고만한 기술 투자 생산성 늘리지 않고 노동자 몰아내

일자리 만들고 생산성 늘리는 중요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울산=뉴시스】배병수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는 1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 불편과 노동자 업무강도가 심화되는 신세계 이마트 무인셀프계산대 확대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2019.05.13.  bbs@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대 경제학자는 "지나친 자동화"라는 주장을 편다. 기계화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지만 그런 투자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그런 투자를 권장하기까지 한다고 비판한다.

지난 40년 동안 발생한 미 노동자들간 임금 격차의 절반 이상이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자동화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는 특히 대학에 가지 못한 노동자들이 하던 일들이 자동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애쓰모글루가 최근 연구에서 밝혔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세계화와 노동조합의 약화도 불평등 심화를 가속화했지만 "자동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이는 "신의 섭리도 자연의 원칙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회사와 사회가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결정한 결과"라는 것이다.

애쓰모글루 교수처럼 컴퓨터화된 기계와 소프트웨어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노동자 임금 격차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은 한 두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특히 실리콘 밸리 대기업의 기술 오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에 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는 고삐 풀린 시장과 거대 기술기업들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시장이 그런 걸 어떻게 하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가르쳤다. 그건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버지니아 대학교 경제학교수 앤턴 코리넥과 컬럼비아 대학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기술 진보 조절하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썼다. 기업인들이 "노동자 친화적 혁신"을 추구하도록 세제를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스탠포드대학교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기술 낙관론자다. 그러나 오는 봄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저널인 대덜러스에 실리는 글에서 "튜링의 함정(Turing trap)"을 경고했다. 인공지능을 개척한 영국 사람 앨런 튜링의 이름을 띤 튜링 테스트에서 따온 문구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를 판별하는 테스트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수십년 동안 기술주의자, 기업가,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튜링 테스트가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하는 기준이었다며 이 때문에 인공지능이 노동자들의 기능을 강화하는 대신, 대체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점이 실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경제학자들의 목소리에 워싱턴의 정치가들이 갈수록 귀를 기울이고 있다. 거대 기술기업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당국은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며 비판하고 컴퓨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극대화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와 연방 당국이 구글, 페이스북을 상대로 한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하고 민주당 정치인들은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지난해 11월 미 하원 경제불평등 및 공정한 성장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기술혁신, 자동화, 노동의 미래에 대해 증언했다. 지난 6월 구성된 이 위원회는 1년 동안 활동한 결과를 토대로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민주당 의원인 짐 하인즈 위원장은 정치 세력간 대치가 심하지만 위원회가 성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직업훈련프로그램 등 노동자 지원을 위한 조치에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만 미국 가정이 당하는 손해를 겨냥해 "경제 불평등을 두고 세력 갈등을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1950년대~1980년대의 전후 시대가 기술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한 황금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후 많은 노동자들이 뒤처졌다. 로봇과 컴퓨터화된 기계, 사무용 소프트웨어의 발전 등 자동화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노동자들은 새 기술을 습득해야만 앞서갈 수 있었다.

그러나 2차교육이 늘지 않고 회사들이 노동자 훈련에 덜 투자하면서 기술로 인한 변화가 생겨났다. 로렌스 카츠 하바드대 노동경제학자는 "기술과 교육, 훈련이 함께 이뤄져야 번영을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교역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기업들은 갈수록 자동화 투자에 몰두하게 된다. 예컨대 일본이나 중국처럼 노동자를 줄이고 기계화를 이룬 기업들과 비용면에서 경쟁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지금 인공지능시대가 닥쳐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애쓰모글루 교수 등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써야 한다고 말한다.

애쓰모글루 교수 등은 기술에 대한 생각이 변한 사람들이다. 경제 이론에서 기술은 거의 경제 파이를 키우고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마법 요소였다.

그는 수십년전 표준이론을 담은 경제학 교과서를 공부할 당시를 떠올렸다. "너무 억압적인 사고방식이었다. 훨씬 더 개방적으로 사고했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애스모글루교수는 기술에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기술 혁신은 기후 변화와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성장을 달성하며 생활수준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의 부인 아수만 오즈다글라도 MIT대 전자공학 및 컴퓨터학과장이다.

그러나 애쓰모글루교수는 경제와 인구 문제를 깊이 연구하면서 기술의 노동력 대체 효과과 갈수록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훨씬 크다. 앞날이 걱정스럽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최근 수십년 동안 발생한 임금 격차의 절반 이상이 기술로 인한 것이라고 지난해 파스쿠알 레스트레포 보스턴대학교 경제학 교수와 공동 출판한 글에서 밝혔다. 경제 성과에서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몫이 줄고 기계와 소프트웨어 지출이 늘어난 사실을 경영자료와 인구 분석을 통해 그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두 사람은 "고만고만한 기술"이 노동자를 대체했지만 생산성은 별로 늘지 않았다면서 잡화점의 무인 계산기와 전화 자동응답기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고만고만한 기술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비해 중요한 기술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자동차 판매, 광고, 회계 및 금융 서비스 부문이 만들어진 것을 중요 기술의 성과로 꼽았다.

시장의 힘은 사람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만들지 대신하게 하는 기술을 만들지 않는다. 컴퓨터 산업의 경우 데이터베이스, 스프레드시트, 검색엔진, 디지털 비서 등이 그 사례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자유방임 시장경제가 불평등을 확대시켜 온갖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사람의 노동을 우대하는 세금정책을 권했다. 근로소득세와 연방소득세 등 노동자 소득에 대한 세율이 현재 25%에 달하지만 장비와 소프트웨에 비용에 대한 세율은 거의 제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술개발이 "인간 친화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20년 사이 정부의 연구 지원, 보조금, 기업의 탄소배출 감소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에 힘입어 이루어진 재생에너지 개발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기술이 사람을 해치지 않고 사람을 위해 일하도록 방향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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