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우리나라가 마스크 착용 잘한 영향"
"확산은 시간문제…우리나라에서도 우세종 될 것"
"확산 대비해 병상 늘리고 경증 진료체계 개편해야"
"방역조치 완화는 의료체계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우세종으로 자리잡았다. 확진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오미크론의 확산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고 전체 감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 미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 수칙을 더 철저하게 지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 3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00만명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하루 20만~30만명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확산 속도가 2~3배 가량 빠른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영향이다. 미국의 경우 오미크론 감염 비율이 95%를 넘었다. 유럽에서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잡았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오미크론 유행의 영향이 크지 않은 편이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지난 1일 220명, 2일 93명, 3일 111명으로 100~200명대에서 관리되고 있다. 지난 3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1318명이다.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규모도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7000명대까지 치솟았던 일일 확진자 수는 7일 기준으로 3717명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개인 방역 수칙을 더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오미크론 확산 속도가 더딘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실내든, 실외든 마스크 착용을 잘하고 있다. 우리 못지 않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는 영국에서 2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마스크 착용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마스크를 잘 안 쓰고, 쓰더라도 면마스크나 일회용을 쓴다. 우리는 KF 마스크를 많이 쓰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며 "우리도 오미크론이 계속 확산될텐데 마스크는 KF 마스크를 쓰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써주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조만간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고 확진자 증가폭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방역정책의 효과로 델타변이의 경우에도 유입이나 확산 시점이 좀 늦었다"며 "하지만 그게 바이러스의 유행을 본질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지금은 확산 속도가 느려보이지만 특정 시점이 되면 (오미크론 변이로) 대체가 완료될 것이고 그 때부터는 외국과 동일한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국내 오미크론 검출률은 12월 둘째 주 1.1%, 넷째 주 1.8%에 그쳤지만 12월 다섯째 주에는 8.8%로 급증했다. 방역 당국은 1~2월께 오미크론이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비해 의료·방역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교수는 "병상 수가 늘어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중환자 치료 역량을 높여야 한다. 오미크론 변이가 들어오면 경증이 많고 젊은층에서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경증 진료체계도 개편해야 한다"며 "경구용 치료제도 잘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천 교수는 "증상이 경미해도 고령층에서는 사망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고령층을 위한 전담 병상을 준비해야 한다"며 "집에서 스스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조기에 치료와 격리가 가능해 확진자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가장 큰 특징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기존 백신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사망률도 낮아 위험성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들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방역 정책을 더 강화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은 지난 3일 데일리메일 기고글에서 "당국이 코로나 유행을 막기 위해 자유를 억제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향후 몇 주간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라면서도 오미크론을 억제하기 위해 새로운 방역 대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단축하는 등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확진자 급증에 따른 인력 공백으로 사회·경제적 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무증상 확진자의 격리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5일로 줄였다. 영국은 무증상자가 신속자가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온라인으로 자가격리를 보고하고, 6·7일째 신속자가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확인되면 자가격리를 종료하도록 했다.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등도 자가 격리기간을 단축했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증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감염되면 기존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우세종이 될 경우 코로나19 종식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점진적인 방역 조치 완화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역 정책 완화는 의료 체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정한 시점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도 그렇게 (미국이나 유럽처럼 방역 정책 완화를) 결정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미국처럼 확진자가 100만명 넘게 나오는 것을 견딜 자신이 있어야 한다"며 "오미크론으로 집단면역이 생겨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사항이다. 다른 변이가 안나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감염을 통해 면역을 획득하는 것은 그만큼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을 감당해야 한다"며 "그래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피해로 유행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버틸 수 있는 만큼의 유행 진행과 감당하지 못하는 정도의 피해 사이에서 균형선을 계속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천 교수는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방역을 지키며 서서히 감염이 되도록 통제하면서 감기처럼 변하게 만들면 일상생활 복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진자수가 더 감소하고 먹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2주 정도 이후부터는 마스크를 쓸 수 있는 공간을 기준으로 저위험시설부터 조금씩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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