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0억원 횡령 사건에…채권단, 익스포져 점검
"회수불가 대출 파악…신용등급 재평가 논의"
담보권 없는 일부 은행, 채권보전조치 행사할 수도
기한 이익 상실시켜 원금 상환 앞당길 수 있어
기업 예금 일부를 신규 담보로 취급할 가능성도 존재
다만 부실기업 낙인찍히고 신규대출 어렵다는 부작용 생겨
일각에선 "유동성 모두 틀어막으면 기업 무너진다"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채권은행들이 1880억원 횡령 사건이 일어난 오스템임플란트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채권보전조치'를 실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채권단 논의 결과 익스포져(부실채권 위험) 발생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대출약정서에 따라 담보권을 행사하거나 원금 상환 기간을 앞당기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어서다. 다만 채권보전조치는 기업을 부실기업으로 낙인찍고 추가 신규대출을 막는다는 점에서 채권은행 입장에서도 최후의 수단이고 신중하게 고려돼야 하는 사항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익스포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점검 중이다. 결과에 따라 익스포져 규모가 커지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대출을 전격 회수할 수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 돌려받기 어려운 대출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 중"이라며 "신용등급 재평가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논의가 끝나면 대출회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회수 과정에서 채권보전조치 발동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기업대출 약정에는 신용하락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담보권을 행사하거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기한의 이익을 상실 시켜 원금을 일부 갚게 한다든가, 채무기업이 보유한 예금을 신규 담보로 잡는 방식이다. 실제 채권은행 중 극히 일부만 부동산 담보를 갖고 있고 나머지 은행들은 신용으로만 대출을 취급했기 때문에, 채권을 보전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필요한 상태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 3분기 기준 장·단기 차입금은 3000억원대다. 우리은행 1073억원, 산업은행 804억원, 수출입은행 250억원, 신한은행 212억원, 기업은행 193억원, 대구은행 100억원, 씨티은행 80억원, KB국민은행 46억원, 농협은행 1억원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오스템임플란트 여신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출약정서를 크게 위반할 경우 채권보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보전조치는 기업의 모든 돈줄을 틀어막는 치명적 부작용이 있어, 실행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채권보전조치는 대출을 정상적으로 회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히고 신규대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멀쩡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업계에서 세계 1위 기업인데 비 올 때 우산 뺏는 식으로 기업을 망가뜨리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조금 문제가 생겼다고 유동성을 모두 틀어막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부작용을 모두 고려한다면, 채권단은 오스템임플란트 신용등급이 하락할 때 대출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방안으로 매듭지을 수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회수 조치까지는 가지 않고 금리 조정으로만 그칠 수 있다"며 "더구나 국책은행이 채권단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강한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3분기 기준 주채권은행이었던 우리은행 측은 "지난해 말 이미 대출 절반 정도가 상환됐다"며 "현재 약 500여억원 정도 잔액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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