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홍연우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대규모 언론인·민간인·정치인 통신조회(통신자료조회 및 통신사실확인자료조회)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31일 관련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83조 관련한 부분에 대해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본인도 모르게 통신자료가 제공되는 부분은 제도적으로 막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조오섭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통신영장이라고 불리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구체적인 통화일시·시간 등 통화내역과 위치정보가 포함되는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반면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 등 통신사 가입자 정보가 담긴 '통신자료'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83조에 따라 수사기관이 통신사를 통해 직접 제공받는데 이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따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공수처의 광범위한 통신조회가 논란이 되자 민주당은 일단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합법 행위라고 옹호하고 있지만 공수처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과 무차별 통신조회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 등이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법 개정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거 야당 시절 민주당도 국정원과 검찰 등의 통신자료 조회를 놓고 야당 탄압과 사찰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지적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선후보도 전날 통신조회 논란에 대해 "그게 적정한 수준으로 필요한 경우에 했다면 문제는 안 될 것"이라면서도 "너무 과중하게 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당내 일각에서도 통신조회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통신조회 수사관행은 명백히 위헌이고 위법"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최근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법적 책임 추궁, 제도적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전기통신사업법 자체가 잘못된 규정이다. 우리가 전부터 법사위, 과방위에서 개정하려고 했는데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에서 입김을 발휘해 입법이 좌절된 바 있다"며 "그때는 지금 야당이 여당, 지금 여당이 야당이라고 거꾸로 얘기했는데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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