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기자, 수사대상 아니지만 공범될 수도"
대법 판례 '누설 받은 자는 공범으로 인정 안돼'
법조계 "법리적 공범 아냐…보도는 기자 본분"
"취재원 색출 의도 분명할 땐 직권남용 가능성"
[과천=뉴시스] 고가혜 하지현 기자 = 언론인·정치인 등에 대한 사찰 논란이 불거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언론인에 대한 통신영장 발부를 사실상 인정한 가운데, 기자를 공무상 비밀누설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법조계는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기자는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니지 않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수사대상은) 아니지만 공범은 될 수 있다"며 "피의자에 대해서만 통신영장이 발부되는 것은 아니다. 참고인도 법원에서 상당성이 (있으면 발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신자료가 조회된) 기자 180여명 중 관련된 고위공직자가 있느냐, TV조선 황제조사 보도와 관련된 고위공직자가 있는지 밝힐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있지만 수사사항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황제조사 CCTV 유출' 의혹과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기자 2명 및 중앙일보 기자 1명의 어머니, 지인 등을 상대로도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수처가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통해 해당 기자들의 통화내역을 파악하는 등 내사 과정에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전날 김 처장의 발언으로 이 내용은 사실상 확인됐다. 공수처법상 기자는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기자가 공무상 비밀누설 사건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김 처장 발언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법리와 맞지 않는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대법 판례에 따르면 '형법 127조는 법리적으로 공무원의 비밀누설 행위만을 처벌하기 때문에 이를 누설받은 자는 공범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범죄 자체가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존재(대향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밀을 들었다는 이유 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수처장의 발언을 좋게 해석을 한다면 '사건 관계인' 정도를 말씀하신 게 아닐까 싶다"면서도 "하지만 법리적으로만 판단한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을 들은 사람은 공범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승 위원은 "비밀을 누설하고자 하는 공무원과 기자가 의사 합치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행동 실행에 같이 관여했다면 형법 33조 '공범과 신분'이라는 예외 조항으로 처벌할 수는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은 그렇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공익제보를 듣고 기사화하는 것을 처벌하면 기자 직군 자체가 범죄 집단이 돼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역시 "수사대상이 아닌데 공범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공무원의 비밀누설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기자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했다고 하면 모르지만 기자가 공범이 된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자의 본분은 알게 된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다. 어쩌면 공무상 비밀누설자는 기자를 통해 이를 공개하도록 만든 것으로 (기자가) 도구로 사용됐다고 볼 수도 있다"며 "(공수처의 내사에) 취재원 색출 의도가 분명하다고 하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의 한 검사는 "법률 이론상으로는 누설교사는 될 수 있지만 공범이 성립되기는 어렵다. 기자가 (공무상 비밀누설) 교사를 해야 하는데 어떤 공무원에게 비밀이 있는 줄 알면서 누설하라고 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측은 기자가 관련 사건에 입건되거나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는 않았으며, 기자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통신영장을 발부 받았더라도 기자를 처벌하거나 사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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