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캐릭터로 이름 짓는 부모 증가
자식들, 적극적으로 거부 "어울리지 않아"
[서울=뉴시스]송재민 인턴 기자 = 해리포터를 읽고 자란 부모들이 헤르미온느, 알버스, 드레이코 등 영화 속 캐릭터 이름을 따 자식 이름을 짓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영국 체스터 소재 꽃집에서 일하는 헤르미온느 마셜(18)의 이름은 극 중 엠마 왓슨이 맡은 여주인공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미국 오하이오에 사는 6살 소년 이름은 올리밴더다. 올리밴더는 영화에서 마법 지팡이를 만드는 인물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8살 소년의 이름은 해리포터 영화에서 가장 존경받는 마법사, 알버스 덤블도어다.
체스터에 사는 헤르미온느는 어린 시절 지금의 부모에게 입양됐다. 헤르미온느는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생부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지만 그가 해리포터 영화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남동생 이름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따온 '카일'이다. 헤르미온느는 "형제 중 내 이름이 제일 맘에 든다"며 "형제들이 모두 내 이름을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미국 오리건주 옴즈빌에 사는 리리사 랭서더(39)는 2007년 임신 중에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 책을 읽었다. 랭서더는 전부터 헤르미온느 이름을 좋아했지만, 극 중에서 헤르미온느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해 아기 이름으로 짓기 망설였다고 했다.
랭서더는 "남편과 함께 마지막 시리즈 책을 받아 하룻밤 만에 다 읽었다"며 "헤르미온느가 살아남는 것을 확인하고 그다음 달 태어난 딸 이름을 헤르미온느라고 지었다"고 했다. 결국 마지막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가 살아남았던 것이다.
매년 태어난 아기 이름 작명 추이를 분석하는 사이트 네임베리에 따르면 작년에 340명 아이 이름이 영화 해리포터 주인공 '해리'로 지어졌다. 미국에서 2000년 '헤르미온느'로 작명된 아이는 한 명도 없었지만, 작년 91명의 아이가 헤르미온느로 작명된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에 영화 속에서 해리의 친구 '루나'로 이름 지어진 아이는 144명이었지만, 작년에는 7770명으로 집계됐다.
영화 속 악역의 이름도 선방했다. 2000년 영화 속 해리의 천적 이름 '드레이코'로 작명된 아이는 15명이었지만, 작년 101명으로 집계됐다. 2000년 '벨라트릭스'로 작명된 아이는 한 명도 없었지만, 작년에는 21명의 아이 이름이 벨라트릭스로 지어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알버스(8) 부모는 호그와트 교장 알버스 덤블도어의 지혜, 동정심, 용기 등에 감명받아 아이 이름을 지었다고 밝혔다. 이에 알버스는 "내 이름이 위대한 마법사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는 게 기쁘다"며 "하지만 종종 주위 사람들이 '엘비스'로 착각해 불편하다"고 전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이름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랭서더의 14살 첫째 딸은 헤르미온느고, 12살 둘째 딸은 아리아나다. 그는 "이름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애칭 '아리아'로 불러 달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1월 해리포터 영화 개봉 20주년을 맞아 해리포터 주역 다니엘 래드클리프(해리포터 역), 엠마 왓슨(헤르미온느 역), 루퍼트 그린트(론 위즐리 역)가 '해리 포터 20주년: 리턴 투 호그와트'를 촬영했다. '리턴 투 호그와트'는 내년 1월1일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HBO 맥스(Max)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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