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일자리 제안해서 가보니 성매매 업소
두 달 동안 갇혀 지내며 밤에는 남성 상대
이민자 보호소라고 광고하며 난민 유인해
법적 지위 無 난민…추방 두려워 신고 안해
범죄 사실 드러나도 피해 진술 기각되기도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에콰도르나 콜롬비아에서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콰도르 안데스 지역의 정부 관리들과 인권 단체들은 인신매매범들이 600만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난민들에게 가짜 일자리를 미끼로 성매매 알선에 나섰다고 전했다.
에콰도르와 콜롬비아는 경제난으로 자국을 떠난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선호하는 행선지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데다 입국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베네수엘라 국경이 폐쇄되자 난민들은 에콰도르로 가는 비밀 통로를 이용하게 됐다. 인신매매단은 이 통로를 활용해 여성을 모집하는 등 범죄 활동을 벌이고 있다.
WSJ는 베네수엘라 난민의 인신매매 피해 사례를 소개했다.
패트리샤(36)는 다른 베네수엘라 난민과 마찬가지로 경제 위기, 기아, 인플레이션, 실업 등의 이유로 자국을 떠났다.
그녀는 지난해 12월 보고타 거리에서 커피를 판매하던 중 식당 일자리를 제안하는 여성을 따라 콜롬비아 남서부 칼리로 이동했다. 패트리샤가 술집으로 들어가자 건장한 남성 두 명이 그녀를 방에 가두었다.
패트리샤는 두 달 동안 갇혀 지내면서 낮에는 창문을 통해 음식과 속옷을 넘겨받고, 밤에 남성을 상대해야 했다.
그녀는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패트리샤는 성폭행 희생자들을 돕는 단체인 허밍버드윙스의 도움으로 그곳을 빠져나와 에콰도르의 키토에 정착할 수 있었다.
콜롬비아의 바랑키야에서는 성직자 복장을 한 음란물 업체 소유자는 자신의 집이 이민자 보호소라고 광고하며 베네수엘라 난민을 유인했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는 웹캠 앞에서 강제로 성행위를 했다고 베네수엘라인 30명을 찾았다고 전했다.
또 지난 3월 콜롬비아 경찰은 베네수엘라 국경 근처 한 시골 마을에서 종업원 일자리를 약속받은 베네수엘라 여성 7명을 구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콜롬비아 경찰 에드윈 멘데스에 따르면 그들은 방값, 식대, 교통비로 1000달러 이상을 빚졌고, 직접 성매매를 통해 갚아야 했다. 그곳에 있던 여성들이 동물 취급을 당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콜롬비아의 비영리 단체인 재생 재단(Renacer Foundation)은 올해 초 콜롬비아의 도시 마리코에서 만난 매춘 여성 50명 가운데 48명이 베네수엘라인이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난민들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도 어렵다. 200만명의 베네수엘라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콜롬비아의 다니엘 팔라시오스 내무장관은 "난민들은 법적 지위가 없기 때문에 밀매 조직으로부터의 보복은 물론, 국가에서 추방당할 것을 두려워해 신고를 꺼린다"고 밝혔다.
그는 콜롬비아 당국이 2021년 9월까지 성매매 알선업자들의 베네수엘라 난민 대상 범죄 60건을 조사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는 2017년에 보고된 5건보다 높은 수치지만,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팔라시오스 내무장관은 전했다.
범죄 사실이 발각돼도 처벌이 쉽지 않다. 에콰도르에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변호사 움베르토 라미레스는 피해자들이 범죄를 신고해도 외국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들의 진술이 기각된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경기침체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수백만명이 가난을 피해 베네수엘라를 탈출했다. 그들은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댄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페루, 칠레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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