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 방학 틈타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조각상 한밤 도둑 철거

기사등록 2021/12/23 14:37:04

조각상, 두개로 분리해 철거

中 톈안먼 지우기 일환 의혹

조각가, 손해배상 청구 예정

홍콩대 "안전 관리 조치였다"

[홍콩=AP/뉴시스] 1989년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조각상 '수치의 기둥'이 23일(현지시간) 홍콩대에서 철거되고 있다. 노란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조각상을 두 개로 분리해 포장한 후 옮기고 있다. 2021.12.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진경 인턴 기자 = 지난밤 홍콩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조각상이 철거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989년 6월 텐안먼 민주화 시위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자 지난 24년간 홍콩대학교에 세워져 있던 8m 크기의 조각상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이 해체 후 철거됐다.

덴마크 조각가인 옌스 갤치옷이 제작한 수치의 기둥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한 채 뒤엉킨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해당 조각은 홍콩에 몇 안 남은 텐안먼 희생자 추모 공간이었다.

갤치옷은 수치의 기둥을 제작해 1997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에 기증했고, 이후 조각상은 홍콩대에 전시됐다.

홍콩대는 지난 10월부터 조각상 철거를 명령했다. 이에 지련회가 불응하자 홍콩대는 지난 22일 조각상 철거를 공식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캠퍼스를 비운 사이, 홍콩대는 사전 예고 없이 수치의 기둥을 두 조각으로 분리해 옮겼다. 홍콩대는 철거한 조각상을 창고에 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홍콩대는 성명을 통해 "오래된 조각상(수치의 기둥) 철거는 위험평가와 외부 법률 자문에 따른 것"이라고 일축했다.
[홍콩=AP/뉴시스] 2019년 6월4일 홍콩대에서 대학생들이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모식의 일환으로  '수치의 기둥'을 청소하고 있다. 2021.12.23. *재판매 및 DB 금지

조각가 갤치옷는 조각상 철거 행위를 두고 "매우 잔혹하다"라며 규탄했다.

그러면서 "(수치의 기둥은)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철거 행위는 "죽은 사람 무덤에 가 묘비를 부순 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갤치옷은 해당 조각상이 약 140만달러(약 16억원)의 가치가 있다며, 철거를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홍콩에 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홍콩대가 조각상을 철거한 데 대해 갤치옷은 당국에 손해 배상 청구 관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지난해 6월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 후 중국 정부가 진행 중인 '톈안먼 지우기'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톈안먼 민주화시위는 1989년 6월4일 중국 공산당에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한 시민 시위대가 정부의 인민해방군에 의해 유혈 진압된 사건이다.

홍콩에서는 1990년부터 매년 6월4일 저녁에 열리던 톈안먼 추모 촛불 집회 역시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 2년째 금지되고 있다.

[홍콩=AP/뉴시스] 1989년 6월4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덴마크 조각가 옌스 갤치옷이 제작해 1997년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에 기증한 '수치의 기둥'이 지난 10월13일 홍콩대에 세워져 있던 모습이다. 2021.12.23.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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