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공급 줄이자 유럽 천연가스 가격 폭등
韓, LNG 형태 장기계약해 공급 차질은 피할 듯
현물 가격 폭등으로 인한 가격 영향은 불가피
새해 1분기 전기료 동결된 상황서 공기업 부담↑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러시아에서 폴란드, 독일로 흘러들어가는 천연가스 공급량이 급감하며 유럽의 에너지 대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다른 지역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원료비가 치솟아도 요금에 적기 반영이 잘 이뤄지지 않는 한국에서는 에너지 공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진다.
23일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거래소의 천연가스 가격은 1㎿h(메가와트시)당 175유로(23만5208원)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55유로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 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지며 매수세가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유럽과 우크라이나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주요 에너지 통로인 야말 가스관을 통한 가스 수송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데,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 전력 불안정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이에 유럽이 러시아 외에 미국 등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늘리며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현물 가격도 더 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의 천연가스 수급 위기에 따른 당장의 공급 차질은 없지만, 가격 상승 여파로 인한 요금 인상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천연가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들여오는 천연가스는 해상으로 운반하는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LNG 수입 규모는 3900만톤(t)으로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다. 수입선은 카타르(22.7%), 호주(19.9%), 미국(14.4%), 말레이시아(12.3%), 오만(9.7%), 인도네시아(6.7%), 러시아(5.0%) 등 다원화됐다.
국내 가스 도입은 한국가스공사와 직수입자를 통해 이뤄지는데, 국내 수요의 80%가 가스공사를 통해 수입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LNG 물량의 80% 정도는 중장기 계약을 통해 확보하고, 나머지는 여름이나 겨울철 수요에 맞춰 현물 거래로 사들인다.
이미 동절기 물량은 대부분 확보된 상황이므로 유럽의 천연가스 수급난으로 인한 공급 차질 가능성은 낮지만, 현물 가격이 오르는 데 따른 영향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LNG가 도시가스의 원료이자 발전 연료인데, 국제 LNG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사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요금 규제로 한국전력과 가스공사가 원료비 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앞서 한전은 지난 20일 정부가 국민 생활 안정을 이유로 2022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가정에서 쓰이는 민수용 도시가스요금도 지난해 7월부터 17개월째 묶인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는 겨울철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일부 석탄발전기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LNG 발전 등으로 전력 수요 공백을 메운다. 가격이 오른 LNG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 발전 원가도 더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LNG 수입가격은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는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도 좌우한다. SMP는 전력거래소에서 해당 거래시간에 전력 생산에 참여한 가장 높은 발전기의 연료비로 결정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킬로와트시(kWh)당 SMP 가격은 127.06원으로, 5월부터 7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연초부터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는데 공기업이 LNG 등 원료비 상승을 방어할 도리가 있겠느냐"라며 "원가 반영이 이뤄지지 않는 동안 공기업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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