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김현우 PD가 탐색하는 경청의 힘을 이야기하는 책 ‘타인을 듣는 시간’(반비)을 내놨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저자가 공장 노동자, 트랜스젠더, 장애인, 학교폭력 가해자 등 다양한 타인들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고, 나아가 그것을 다큐멘터리로 전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인 동시에, 13편의 논픽션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과 맥락을 기록하는지를 들여다보는 서평기다.
2002년 EBS 입사한 저자는 EBS 다큐프라임 ‘성장통’, ‘생명, 40억 년의 비밀’, ‘김연수의 열하일기’, ‘내 운동화는 몇 명인가’, ‘부모와 다른 아이들’ 등을 연출했다.
이 책은 고전이 된 오웰의 르포부터 현지인의 삶으로 파고드는 여행기, 참사 피해자 및 유족의 삶과 투쟁의 기록, 구술생애사 작업,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있는 글까지, 다채롭고 독특한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논픽션을 읽으며 축적한 그 내용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제시되어 타인의 말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내가 잘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을 만날 때는 ‘무엇을 하겠다.’보다 ‘무엇을 하지 않겠다.’를 정해 놓고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장애인-비장애인 커플을 장시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극복’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다른 이의 삶을 재단하지 않기 위해 상대의 디테일을 최대한 많이 모으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쉬운 이해와 공감, 감정이입을 경계해야 한다. 이를테면 출연을 망설이는 상대 앞에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의 삶에 공감할 수 있다.’라고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타인을 듣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이해의 영역과 지평이 넓어지고 결국 개개인이 성장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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