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아일랜드 태생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사뮈엘 베케트(1906~1989)는 반백 년 동안 이주자로서 살았던 파리에서, 티에르탕이라는 양로원에서 생애 마지막 나날을 보냈다.
베케트는 주로 제2언어인 프랑스어로 작품을 집필했다. 실험적 극작가이자 모더니스트였던 베케트는 특정한 문학적 양식을 띠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모국어인 영어나 게일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글을 쓴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도 프랑스어로 쓰이고 베케트의 손을 거쳐 영어로 번역됐다.
책 '티에르탕의 베케트'(뮤진트리)는 베케트의 마지막 장소인 티에르탕을 배경으로 그의 삶을, 특히 마지막 시간을 정교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으로 2020년 공쿠르 첫 소설 상을 받은 저자 멜리스 베스리는 문학사에서 난해한 작가로 정평이 난 베케트의 말년을 마치 노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간 듯 1인칭으로 풀어나간다.
티에르탕의 베케트는 프랑스어와 영어를 혼란스럽게 오가며 글을 쓰는 언어적 분열증 환자지만, 무력한 육신에 갇힌 명석한 정신은 쉬잔, 조이스, 루치아, 예이츠, 더블린, 헤이든, 위시 등 과거의 사람과 장소 들을 끊임없이 되짚는다.
베케트는 언뜻 고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자발적 고립자다. 간혹 친구와 친척이 면회를 오기도 하지만 그는 대부분 시간을 홀로 보내고 침묵 속 독백을 선호한다.
저자는 베케트의 독백을 생생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베케트의 말년을 돌봤을 양로원 스텝들의 시선을 통해 베케트를 보는 제삼자의 시각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최후의 침묵으로 향하는 위대한 아일랜드 작가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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