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전역에서 "극우파 정부의 언론탄압" 반대시위

기사등록 2021/12/20 08:31:19

최대 방송 TVN의 美지분 박탈 의회통과 후

친러 두다 정부의 민주주의 탄압에 반기

[바르샤바(폴란드)= AP/뉴시스]바르샤바의 언론자유 수호 시위대가 19일 밤 도심에서 국회의 TVN지분에 관한 법안통과에 항의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바르샤바( 폴란드)=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폴란드 국민들이 19일(현지시간) 바르샤바를 비롯한 각 도시의 도심에서 극우파 정부의 미국 지분 소유 TV방송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유럽연합 회원국인 폴란드가 최근 정부에 의해 민주주의 원칙들이 훼손되고 있는 것에 항의하면서 언론자유를 외쳤다.

이번 시위에는 수십년 전 공산정권에 저항해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투쟁에 앞장 섰던 많은 노인층이  "우리가 쟁취한 것을 잃게 될까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위에 나선 폴란드 국민들은 현재의 우파 정부가 서구 국가들로부터 나라를 터키나 러시아의 권위주의적 독재 모델로 전향시키고 사법기관을 장악하며 언론을 침묵시키려 한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제1 야당의 도날드 투스크 당수는 폴란드국민을 향해  함께 단합해서 정권을 교체하자고 외쳤다. 전 폴란드 총리이며 전 유럽연합 대통령을 연임했던 투스크는  바르샤바 광장에 모인 군중을 향해서  "지금의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폴란드 최대의 TV방송 네트워크  TVN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디스카버리 사에게  주식 지분을 강제로 팔도록 강요하는 법안이 17일  갑자기 국회를 통과한 직후에 시작되었다.

이 법안은 올 여름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불발되었다.  그런데 국회가 아무런 예고 없이 긴급소집된 뒤에 하원에서 그 법안을 다시 가져다가 상원의 부결을 다수표의 힘으로 번복시키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법안의 운명은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의 손에 넘어갔다.  이에 따라 일요일인 19일의 시위는 바르샤바의 대통령궁 앞에서,  두다 대통령이 법안의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요구로 이어졌다.

폴라드 정부는 이번 입법이 국가안보상 중요하다며,  국내여론을 좌우하는 언론사의 소유권이 유럽 외의 외부 국가에게 있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TVN은 뉴스전문 채널인 TVN24와 주력 방송 TVN을 운영하면서 그 동안 정부에 비판적인 뉴스를 수백만 명의 시청자 앞에 쏟아냈다.  이에 폴란드의 우파 정부가 권력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언론사 소유지분에 손을 댔다는 것이 비판적인 사람들의 의견이다.

19일의 시위에서는 여러 명의 유력 인사들이 연사로 나서서 폴란드의 민주주의적 토대를 공격하고 있는 정치권을 공격했고,  군중들은 " 언론 자유!"를 외치며 화답했다.

 그 동안 정부의 비리를 잇다라 보도하면서 정부와 여당지지자들로부터 수없이 소송을 당했던 폴란드의 독립언론사 가제타 비보르자의 편집부국장 야로슬라프 쿠르스키는  현 정부가 언론을 침묵시키려 하는 것은 2023년으로 예정된 다음 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쿠르스키는 " 이 나라는 마피아에게 점령당했다.  그들은 모든 국민의 공적 생활의 요소들을 장악하려 든다"고 말했다.

 폴란드의 우방인 미국은 그 동안 의원들에게 문제의 언론법을 통과시키지 말도록 설득해왔다.  비스 알류 폴란드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미국은 매우 실망했다며 두다대통령에게 "거부권을 이용해서라도 언론의 자유와 언론산업을 보호해 달라"고 밝혔다.

여당과 가까운 두다 대통령은 지난 여름에는 이 법에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이번에는 "좀더 검토해 봐야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이다.

TVN은 19일 두다 대통령에게 법안의 비토를 요청하는 온 라인 청원을 개시했으며,  당일 저녁에 이미 전국인구 3800만명의 나라에서  200만 명이상이 이 청원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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