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주부들, 작년 2만명 이상 가정폭력에 극단선택…25분마다 1명씩 사망

기사등록 2021/12/16 17:07:37

공식 통계, 실제 규모 반영 못해…최소 4배 이상 될 것

어린 나이 결혼 집안일 묶여 꿈 잃은 채 존재감 상실

[아마다바드=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인도 아마다바드에서 '락샤반단' 축제를 앞두고 여성들이 성스러운 실 팔찌 '라키'를 사고 있다. '락샤반단'은 '보호'를 뜻하는 '락샤'와 '묶는다'는 뜻의 '반단'이 합쳐진 말로 이날 남매가 서로의 손목에 '라키'를 걸어주며 우의를 다지는데 올해는 22일이 '락샤반단' 축제일이다. 2021.08.20.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지난해 인도에서 2만2372명의 가정주부들이 가정폭력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는 하루 평균 61명, 25분마다 1명씩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주부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16일 최근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이 최근 발표한 자료 등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2020년 인도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15만3052명 중 가정주부들은 14.6%를 차지했다. 여성이 전체의 50%를 넘었다.

NCRB가 직업을 기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을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매년 2만명이 넘는 주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9년에는 2만5092명의 주부가 스스로 죽음을 택해 최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많은 주부들의 극단적 선택은 '가족 문제' 또는 '결혼 관련 문제'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가정 폭력 만연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인도 가정주부들의 30%가 최근 조사에서 배우자 폭력에 직면했다고 답했다. 매일 반복되는 고된 일들은 결혼을 억압하고 결혼 생활을 숨막히게 만들고 있다.

북부 도시 바라나시의 임상 심리학자 우샤 베르마 스리바스타바 박사는 "인도 여성들은 정말 회복력이 뛰어나지만, 관용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소녀들은 법적 결혼 연령인 18세가 되자마자 결혼해 아내와 며느리로서 집에서 하루 종일 요리, 청소 등 집안일을 한다. 모든 종류의 제약이 가해지고, 개인적 자유는 거의 없고, 경제적 보상도 받지 못한다. 교육과 꿈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고, 야망은 사라지기 시작한 반면 절망과 실망이 시작되고 존재 자체가 고문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나이 든 여성들의 경우 극단적 선택의 이유는 다르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커서 분가한 후 빈둥지 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많고 우울증과 울음을 유발하는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그는 극단적 선택은 쉽게 예방할 수 있으며, "당신이 누군가를 잠깐이라도 멈추게 한다면 그들은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정신과 의사 수미트라 파타레는 많은 인도인들에게 있어 극단적 선택은 충동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면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립적인 연구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한 인도 여성의 3분의 1이 가정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NCRB 자료에는 가정폭력이 원인으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방갈로르를 기반으로 앱 위사를 통해 정신건강을 상담하는 심리학자 차이탈리 신하는 "가정폭력 상황에 있더라도 비공식적 지원을 받으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운영하는 뭄바이의 정신병원에서 3년 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실패한 생존자들을 상담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지지자를 찾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만약 누군가와 자신에 대해 대화할 수 있었다면 (극단적 선택을)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코로나19와 봉쇄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편이 일하러 나가면 집안은 안전한 공간이었지만, 코로나19 봉쇄로 이마저 사라졌다. 가정폭력을 겪는 주부들에게 그것은 학대자들에게 갇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 상처, 슬픔이 쌓이고 극단적 선택이 마지막 수단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전세계적으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사람이 가장 많은 국가이다. 인도 남성은 전 세계 극단적 선택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인도 여성은 15∼39세 사이의 전 세계 극단적 선택의 36%를 차지한다.

파타레 박사는 그러나 인도의 공식 수치는 매우 과소평가된 것이며 진정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공식 수치의 최소 4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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