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중국 정부, 공격적인 외교에 함께 남성다움 강조"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중국 남성이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일이 빚어졌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최근 26세의 저우 펑(Zhou Peng)이 저장성 동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유서에 "남자는 장난꾸러기이고, 싸우고, 욕을 해야 한다. 너무 조용하고 예의바른 남자는 여자 같고 계집애라고 불린다"는 글을 남겼다.
루다오센이라는 가명으로 사진작가로 활동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왕따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펑은 "나는 약간 소녀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평범하게' 옷을 입고 소녀를 흉내내려고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욕설 협박 등 온갖 모욕을 당했다"고 한탄했다.
경찰은 그의 죽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타살 가능성만 배제했다. 그러나 5000단어가 적힌 그의 유서가 중국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웨이보에 공유되며 비극적인 자살 사건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청년의 죽음은 중국 내에서 젠더 규범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외모가 섬세하고 성격이 온순하다. 다 좋은 점인데, 기존의 남성적 이상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고 곱씹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 창피하다. 우리는 그저 장난을 쳤을 뿐인데 큰 트라우마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고 돌아봤다.
중국의 따돌림에 대한 통계는 부족하지만 2019년 아동 및 청소년 서비스 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5% 이상은 전통적인 괴롭힘의 피해자였고, 31% 이상은 온라인상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BBC는 "이 유서는 왕따에 대한 열렬한 토론을 촉발하는 것 외에도 중국 남성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여성스러운' 남성에 대한 편협함은 중국 문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지만 중국 정부는 이러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 교육부는 남성 청소년의 여성화를 방지하기 위해 체육 교육을 개혁할 것을 촉구했고, 9월 중국 방송 규제 당국은 TV와 비디오 스트리밍 사이트에 여성스러운 남성이 나오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격적인 국제 외교와 함께 중국의 남성다움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계집애 같은 남자'에 대한 비판을 계속 조장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영국 노팅엄대 아시아연구소의 중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설리번 조나단 박사는 "(중국은) '세계에 대항하는 우리'라는 감정을 조성하고, 세계 각국과 싸우며, '자급자족'을 위한 정책을 공격적으로 내세우고 홍보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메트로 섹슈얼리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암스테르담대학의 디지털 문화 전문가인 왕 슈아이슈아이 박사는 "정부가 본질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에 젠더 기반의 폭력, 괴롭힘은 증가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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