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국내 증시에서 천연가스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의 주가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며 불안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두달 새 40% 가까이 급락하면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향후 계절적으로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도래할 것인지 유무가 단기간 내 천연가스의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주식시장에서는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8.52%)를 비롯해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8.44%),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8.38%), 'TRUE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8.08%) 등이 일제히 급등했다. 특히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의 경우 지난달 초만 해도 5000원을 밑돌았지만 한달 새 90%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8.08%),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8.07%),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7.72%) 등은 무더기로 급락세를 나타냈다.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의 경우 지난 10월6일 3만7885원을 고점으로 현재는 1만원대까지 밀리며 3분의 1토막 난 상황이다.
천연가스 선물 ETN은 다우존스가 산출하는 천연가스 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한다.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은 다우존스 천연가스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반영하며,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ETN은 지수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다우존스 천연가스 지수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천연가스 선물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설계됐는데 천연가스 선물은 10월을 고점으로 가파르게 급락하며 불확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 선물 ETN의 주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8월 중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며 10월5일(현지시간) MMBtu 당 6.31달러까지 올라 2008년 12월(6.48달러)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빠르게 하락해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준 3.79달러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불과 두달 만에 40%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천연가스의 가격은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앞서 천연가스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개로 인한 수요 증가도 있지만 평년보다 추운 겨울을 보낼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난방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천연가스 소비국 1위인 미국의 올 겨울 기온이 크게 낮아져 천연가스 소비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 반전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천연가스의 강세장은 종료됐으며 당분간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북미, 특히 미국이 예상 외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하면서 올 겨울 천연가스 수요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며 "실제로 올해 10월 기온을 보면 기준 년도인 1910~2000년의 10월 평균 기온 대비 확연하게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류 연구원은 "이후 이달 초까지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자 난방에 대한 수요가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며 "이런 점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발 경제 재개 지연 우려와 함께 미국 내 천연가스 선물 가격의 하향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천연가스 가격 하락 배경에는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생산차질 복구와 예년보다 따듯한 날씨를 꼽을 수 있다"며 "보통 날씨가 추워진다면 천연가스 소비량은 난방 수요로 인해 주거 및 상업용 부문에서의 증가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해 난방도일(heating degree days)이 479일로 2011~2020년 평균치에 비해 38일 적었다"며 "계절적으로 예년보다 추운 날씨가 도래할 것인지 유무가 단기간 내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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