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과학을 예술적인 은유로 표현한 작품으로 재해석해
[서울=뉴시스]신귀혜 기자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 연구팀(김대현 교수, 박현미 교수)이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키스>를 의학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했다.
14일 고려대 의대에 따르면 연구팀은 <키스>에 그려진 문양과 상징들을 의학 문헌들과 비교 분석한 결과, 당대에 인류가 꾸준한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인간 발생의 신비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클림트의 <키스> 속에 표현된 인간 발생의 장면들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남자의 옷에는 흑백으로 강인한 느낌을 주는 직사각형이 남성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고, 고해상도 현미경으로 관찰한 정자의 목 부분을 도식화하여 그림을 표현하고 있다(A). 여자의 옷을 살펴보면 계란처럼 둥글게 표현된 난자가 다수 배치되어 있고, 그 사이를 살펴보면 머리와 유영하는 듯한 꼬리가 있는 수많은 정자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되는 그 순간을 포착하여 단 하나의 난자막을 오렌지색으로 그렸다(B). 클림트는 당시 의학자들이 막 밝혀낸 ‘일단 난자가 수정되면 막의 변화를 일으켜 더 이상의 정자가 수정되지 않게 하는 현상’(B2)을 그림(B)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하여 2, 4, 8세포기(C)로 분화하고 12~32개의 분할 알갱이로 구성된 뽕나무 열매처럼 생긴 오디배(D)로 발달하는 모습을 여러 개의 원형으로 구성된 세포 집단으로 표현해 당시까지 알게 된 인간 발생 첫 3일간의 이벤트를 <키스> 속에 녹여낸 것으로 설명했다.
연구팀은 <키스>는 두 연인의 황홀한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자, 캔버스 안 두 주인공들의 옷감 속에 생명 탄생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생물학적 진실을 상징하는 아이콘들을 짜넣어 예술과 의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한 걸작이라고 표현했다.
유임주 교수는 "문화사적인 측면에서도 과학의 발전이 문화 곳곳에 큰 영향을 끼친 20세기 벽두의 대표 사례로 주목해 볼 만하며, 융합이 강조되는 4차 산업시대의 현대인들과 학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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