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관리 제외 검토
시중은행, CSS 고도화 공들여
KB, 저소득층 선별 대출 시사
"은행 성과 차별화 요소될 것"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금융회사들이 앞다투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해왔던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되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시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 충분한 한도와 인세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과 협의를 거쳐 12월 중에 확정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0조원이었던 가량이었던 중금리대출 공급을 올해 32조원, 내년에는 35조원까지 늘리겠다는 게 당국 구상이다.
고 위원장은 "내년도에 가계부채 총량 관리시에 중저신용자 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에 대해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그건 사실상 총량 관리 한도에서 제외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총량 관리 과정에서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이 취급하는 정책금융 상품, 정책서민금융 상품 취급이 위축돼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저축은행, 온라인연계투자(P2P)금융 등 비은행이 관심을 보여왔던 중저신용대출은 금융당국 주문으로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에는 시장 참여자가 더 많아지면서 활성화될 분위기다.
특히 시중은행 참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저신용자들은 고신용자에 비해 빚 상환 능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전년 대비 6%에서 내년 4~5%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은행들은 이 고객군이 성장 제한에 따른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리딩뱅크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KB국민은행도 중저신용대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지난 2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선별 대출을 시사했다.
이 내정자는 "가계대출은 보통 (연간) 7% 정도 성장했지만 내년은 4~5% 이하 성장으로 제한을 받는데 KB만이 아니라 모든 은행 문제"라며 "가계대출도 성장을 제한하는 건 우량고객들만이고,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소득층 고객에게는 한도가 열려 있어 성장 기회로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활성화시키고자 가계대출 한도에서 배제시켜줬다"며 "신용평가모형(CSS)을 정교화해서 선택적으로 (이들 고객군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은행 성과 차별화 요소"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도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신용평가모델 적용 대상을 개인사업자까지 확대하고 네이버파이낸셜과 제휴한 '스마트스토어사업자(SME) 대출' 상품에 반영했다.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BC카드사 가맹점 정보를 불러오는 게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이 조만간 선보일 자체 음식 주문 플랫폼 '땡겨요'도 신용평가모형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준비하면서 지난 10월21일 배달라이더 전용 소액신용대출 상품 '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출한도는 최대 300만원으로 전날 기준 최저 연 4.1% 금리다.
인터넷은행들은 올해 제출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대출 비중은 올해 3분기 잔액 기준 각 13.4%, 13.7%에 그쳤다. 이들 은행은 연말까지 각 20.8%, 21.5%까지 중저신용자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10월 출범한 토스뱅크의 목표는 34.9%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지난 5월에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계획은 인터넷은행들이 인가 과정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을 토대로 해서 자발적으로 마련이 된 것"이라며 "인터넷은행들의 설립 취지, 사업계획에 따라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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