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50여 년간 바다에서 벌어진 투쟁을 연구해온 역사학자 마커스 레디커가 해양의 역사를 뒤집어 보는 '대서양의 무법자'(갈무리)가 출간됐다.
저자는 해군 대장, 상인, 국민국가 관점이 아닌 선원, 노예, 계약하인, 해적, 등 여러 무법자의 시점에서 17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역동적 해상 모험의 세계를 탐험한다.
한국어로 번역된 '노예선', '히드라',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 등 그의 10여 권은 17개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다. 이 책들의 주인공은 선원, 해적, 노예, 계약하인, 하녀, 아이들이다.
많은 사람이 바다를 텅 빈 공간, 미학적 관조에나 걸맞은 거칠고 숭고하며 상상의 모습으로 가득한 장소로 간주하지만, 저자는 이런 시각을 '육지중심주의'라며, 이를 우리가 극복해야 할 관점으로 본다.
저자는 육지는 거대한 산맥과 사막, 광활한 바다에 가로막혀 역사를 보는 관점을 제한한다고 말한다. 바다를 바라보는 낭만주의적 접근을 벗어나, 영토와 국가 사이를 가득 메우고 그 공간을 거대한 서사로 가득 채운 선원과 해적 그리고 잡색 부대의 역사에 주목한다.
저자가 잡색 부대의 활동을 강조하는 예로, 심해 범선의 선원들이 전 세계적 의사소통의 매개체라고 봤다. 17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대서양과 카리브해를 다니던 함선 위의 무법자들은 철학, 정치적 사고, 극예술, 시 그리고 문학의 고결한 역사에 다양한 영향을 주며 전 세계 혁명의 시대를 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바다를 누비는 이 주변부 인물들을 조명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국가와 육지와 관련된다고 생각한 역사가 실은 해양의 행위자들에 의해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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