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88% 지급 뒤집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제시
가상자산 내년부터 과세에 이견…1년 유예안 공약
부동산 정책 실패에 성난 민심 달래고 MZ표심잡기
[서울=뉴시스] 한주홍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정책 차별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당정청이 이미 합의한 정부 정책과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어서다. 부동산 정책 실책 등으로 민심 이반이 심한데다 기회의 불공정에 대한 2030세대 불만이 팽배한 것을 감안해 민심을 달래고 2030세대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2030세대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유권자층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여당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적극적인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회 최근에는 당정청이 이미 합의한 내용을 뒤집는 내용을 잇따라 발표했다.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약으로 밝힌 가사장산 과세 1년 유예안이 대표적이다. 당초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연간 250만 원 이상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려던 계획을 전면 뒤집은 안이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도 참석해 "준비 없이 급하게 추진하는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 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며 "지금 주식 양도세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1년 유예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당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역시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제6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밝히며 국민 1인당 100만원은 지급해야 해 추가로 30~50만원은 지급해야 한다는 구체적 액수까지 언급한 바 있다.
이 역시 당정청의 기존 선별 지원 기조와는 확연히 다르다. 당정청은 이미 지난 제5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보편 지급이 아닌 선별 지급으로 가닥을 잡고, 대상을 하위 88%로 한정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엇박자를 내는 건 의도된 차별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계승' '민주정부 3기'를 강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말기 임에도 높은 국정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친문(親文·친문재인)' 지지층 포섭이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정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이고, 정권교체에 대한 여론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 마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개 여론조사전문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11월 2주차 조사에서 정권심판론은 51%, 정권유지론은 38%였다. (응답률 32.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국 본선에서 지지층 외연을 확대하고,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가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정책에 집중하고 청년들과의 행보에 적극적인 것 역시 부동층 중 상당수가 2030 청년세대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본격 대선 행보 이후 이 후보는 청년과의 만남, 간담회 행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현재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상황인데 국정 지지도가 더 떨어지고 정권교체 여론이 더 높아지면 이 후보가 차별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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