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박해람 시인은 등단 당시부터 예리한 관찰력과 돌연적 이미지, 견고한 묘사력으로 정평이 났고, 시인을 꿈꾸는 문청들이 필사하는 텍스트 1위의 시인에 오르기도 했다.
정작 평론가들이나 문단의 자기장 안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박했다. 시인은 시로 말해야 한다는 그의 주변머리가 시인의 생활과 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번 시집은 등단 23년 만에 펴내는 박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문체로 구상과 추상의 변형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적 시세계를 구축하는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다시 한번 자기 시의 절정을 선사한다.
그는 시를 통해 닳고 닳은, 빤한 포장지 같은 감정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불행에서 생기는 슬픔을 섬세하게 다룬다. 이 서글픈 감정 밑바닥에는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시인으로서의 자기 존재감이 놓여 있다.
박 시인은 삶의 경험을 전면화시키고 이를 경험적 진실이나 상상적 감응으로 받아들이면서 공동의 정서로 수렴해간다. 어떤 때는 세계를 잃기도 하고, 어떤 때는 청춘을 잃기도 하, 존재의 무의미성에 맞닥뜨리지만 세속적 감정과의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내면을 향한 깊숙한 그림자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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