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채 3년물 금리는 9월 30일 1.593%에서 지난달 29일 2.103%로 한 달 새 0.513%p 올랐다. 이는 전세계 주요 10개국 가운데 캐나다(0.568%p)에 이어 두 번째로 변동폭이 높은 것이다.
같은 기간 주요 10개국의 국채 3년물(2년물) 금리 변동폭은 미국(0.219%p), 중국(0.106%p), 일본(0.023%p), 독일(0.103%p), 영국 (0.293%p), 인도(0.26%p), 프랑스(0.077%p), 이탈리아(0.433%p)로 우리나라의 변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10개국은 아니지만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뉴질랜드와 호주도 각각 한 달 만에 1.062%p, 0.57%p 상승하는 등 큰 폭의 변동을 보였다.
호주는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유사성 때문에 그동안 우리나라의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많이 참고해 오는 등 우리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뉴질랜드 역시 국내 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채권 금리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물 변동폭이 특히 컸던 지난주만 놓고 봤을 때는 국채 3년물이 0.214%p나 폭등했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한 것이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9월 30일 2.237%에서 지난달 29일 2.575%로 한 달 만에 0.338%p나 올라 주요 10개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이 0.072%p 변동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변동폭이 미국의 4.7배에 달한다. 중국(0.094%p), 일본(0.031%p), 독일(0.092%p), 영국(0.105%p), 인도(0.172%p), 프랑스(0.121%p), 이탈리아(0.319%p), 캐나다(0.215%p)도 변동폭이 우리보다 작았다.
최근의 채권금리의 상승은 예상보다 빨라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계, 미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 인플레이션 우려 확대 등 여러가지 문제가 얽힌 것이기는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변동폭이 더 큰 것은 국내 국채시장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두 달 연속 국채선물 매도에 나서는 등 투자 심리가 얼어 붙어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9월 3년 국채선물을 15만 계약 순매도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7만4000계약을 내다 팔았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연내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10년물 금리가 상반기 전고점 수준에 못 미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 같은 질서정연하고 완만한 금리상승은 연준의 물가 인식 전환을 통해 채권 시장과 중앙은행 간의 인플레이션 문제 대응과 관련한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테이퍼링 개시 등으로 금리의 상방이 더 열린 것은 분명하지만 극심한 혼란을 동반하지 않는 제한적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반면 한국은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추가 인상이 어디까지 진행될지에 대한 두려움과 채권 수급 공백이 맞물리면서 매수 세력이실종돼 금리의 상승 폭이 커졌다"며 "손절이 손절을 부르는 현상으로 불리는 투자심리 불안은 한국 만의 이례적인 금리 동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는 것은 국내 채권 시장의 수급 여건이 안 좋기 때문"이라며 "최근에 국내 투자기관들의 투자손실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올해 손실을 확정시키고 내년에 복구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어 수요 기반 자체가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도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국고채 3년물을 22만 계약 매도하면서 손실이 많이 나면서 최근 손절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수급 여건이 안 좋은데 11월 기준금리 인상 이슈도 있어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변동성이 컸던 지난주의 경우 우리나라의 국채 3년물 금리가 0.20%포인트나 급등했고, 호주 국채 2년물 금리도 0.49%포인트 올라 우리나라보다 변동성이 컸다"며 "외국인들 입장에서 한국 채권 시장은 거래가 잘되고 유동성도 많은 시장인데, 중앙은행이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고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하니 손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채권 딜러는 "지난 9월, 10월 두 달 간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순매도는 사상 최대치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주 이재명 후보의 100만원 재난 지원금 발표 이후 채권 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한 두 차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투자 위축을 부추겼다. 채권 시장에서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전까지만 해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후 1.75%까지 내다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금통위가 의결문에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 표현을 '점진적' 대신 '적절히'로 변경하면서 두 차례 연달아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엄격한 대출규제 강화 대책이 발표되자 긴축 우려가 더 부각되면서 한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소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금리가 상승하는 속도가 많이 이례적으로 가팔랐는데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경계감에 순매수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계부채 관련 정책이 강화되고 있고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여전해 채권 투자 심리 회복이 아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나 한은의 보다 강력한 시장안정 조치가 나와줘야 이 같은 급등세가 좁혀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국고채 단순매입' 등 더 강한 시그널을 원하고 있다"며 "금리인상 이슈가 있는데다 수급 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대 강력한 시그널을 주기 전에는 심리를 되돌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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