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분변 속 미생물 활용 '자폐 위험' 측정 길 열리나

기사등록 2021/10/22 09:48:21 최종수정 2021/10/22 10:08:44

세브란스 연구팀, 자폐·정상아동 간 장내 미생물 차이 밝혀

장내 미생물 활용…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 개발 기대감

[서울=뉴시스]신경발달장애인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아동과 정상 아동 간 분변 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의 분포와 기능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뉴시스DB) 2021.04.22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신경발달장애인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아동과 정상 아동 간 분변 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의 분포와 기능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내 미생물이 ASD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연세자폐증연구소장) 연구팀과 일동제약 최성구 연구개발 본부장은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ASD 아동 54명과 비슷한 연령의 정상 아동군 38명을 대상으로 분변 내 장내 미생물 군집 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ASD 아동과 정상 아동군의 분변을 수거해 분변 내 미생물의 유전자를 추출한 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이용해 대량의 장내 미생물 염기서열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후 ASD 아동과 정상 아동군의 장내 미생물 분포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의간균류의 박테로이드 속의 비율은 정상 아동군이 ASD 아동군 대비 높았다. 이는 최근 박테로이드 속의 인지·언어 발달 강화에 대한 영향력을 보여준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 코지르스키 박사의 연구 결과와 상응하는 결과다.

ASD 아동의 경우 방선균류의 비피도박테리움 속의 비율이 정상 아동군 대비 높았다. 비피도박테리움은 일반적으로 유익균으로 인식되지만, 종류와 기능이 다양해 세부적인 추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ASD 아동과 정상 아동군은 장 건강과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의간균류/후벽균(Bacteroidetes/Firmicutes) 비율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정상 아동군의 경우 B/F 비율이 상대적으로 ASD 아동군과 비교해 낮게 나타났다.

또 정상 아동군은 장내 미생물의 영양·에너지 대사 관련 기능이 활발했지만, ASD 아동의 경우 유전정보의 복제, 수리 기능이 더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ASD와 정상아동군 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포와 기능의 차이를 발견했고, 향후 좀 더 정교한 연구 디자인을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기능적 측면에서 ASD 환자의 에너지 대사와 긴밀한 연결 고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추후 에너지 대사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ASD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ASD는 사회성 결여와 의사소통 문제, 비정상적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신경발달장애를 말한다. 지난해 미국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자료에 따르면 ASD 유병률은 54명당 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유병률도 약 2% 내외다.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도 ASD의 핵심 증상이 아닌 문제행동을 줄이는 대증적 약물치료에 국한돼 있다.

2000년 초기부터 장내 존재하는 미생물이 뇌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장-뇌 축(Gur-Brain axis)' 이론이 조명돼 왔다. 장내 미생물 군집 형태에 따라 변하는 면역작용과 대사산물이 자폐증, 알츠하이머, 우울증, 뇌전증 등 뇌 관련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

한국 ASD 아동 대상으로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국내 최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온라인판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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