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HSBC, 산림 벌채 기업에 자금 조달
언급된 기업 모두 '산림파괴기업' 지목받아
전문가 "은행에 대한 법적 제재 있어야"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 캠페인 그룹은 전 세계 각국 은행과 자산 운용사들이 산림 벌채와 관련된 주요 기업 20곳에 총 1190억달러(약 140조1200억 원)의 자금조달을 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해당 기업으로는 브라질 육류 생산업체인 JBS가 포함됐고, 최대 자금조달 기관은 JP모건, 홍콩상하이은행(HSBC),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으로 근 5년간 수십 건의 자금조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위트니스 자료에 따르면 JP 모건의 자회사는 세계 최대 식재료 공급업체인 올램 인터내셔널에 회전신용편의(RCF) 방식으로 약 7억3000만달러(8595억7500만 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했다. 올램 인터내셔널은 가봉의 열대우림을 파괴한 혐의로 산림관리협의회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 BNP 파리바와 중국공상은행(ICBC) 등 총 거래액 기준 상위 5개 은행은 이 기간 동안 20개의 농업 관련 기업과 채권, 신용 거래에서 약 320억달러(37조6800억 원) 규모의 570건을 성사시켰다.
이중 ICBC를 제외한 기관에는 모두 '벌목 금지' 관련 정책이 있다. 그러나 이들과 거래한 20개 기업은 모두 소고기 도축, 콩 재배 등 산림 벌채와 공공연하게 연계돼 있어 '산림 파괴 위험 기업' 자료에 등재되어 있다.
특히 ICBC는 20개 기업 중 8개 기업에 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에는 코프코 인터내셔널에 약 11억달러(1조3000억 원) 상당의 대출을 제공한 것이 포함되었는데, 현재 코프코 공급자들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브라질 산림 2만ha(헥타르=1만㎡) 이상 파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코프코는 이 기간 동안 자생한 농장에서 불법적인 삼림 벌채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영국 바클레이스와 스페인 산탄데르 역시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와 관련 활동가와 투자자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육류 생산업체 JBS를 위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3개의 채권을 인수했다.
JBS는 산림 벌채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펴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 공급자와 계약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산탄데르는 "(JBS가) 아마존을 보호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소고기 가공업자들은 2025년까지 산림 벌채를 하지 않는 공급망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 벌채는 탄소 배출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으로 기업들이 탄소 흡수 나무 심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산림 벌채 문제는 여전히 공급망에서 기업의 직접적 탄소 배출량 측정과 같은 다른 환경 이슈에 비해 주류에서 멀어져 있다.
상당수 은행과 투자 그룹이 '벌목 금지' 정책을 펴고 있는데, 문제는 그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금지 대상이 전체 산림이 아니라 특정 열대 또는 희귀 산림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은행이 대형 식품 업체에 대해 공급업자들이 산림 파괴에 관여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지만, 대형 식품 회사사는 모든 공급업자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콜린 로버트슨 글로벌 위트니스 선임 연구원은 "이들 은행이 기후 변화와 관련 산림 벌채에 대해 자발적인 약속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림 벌채와 관련된 회사들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은행에 대한 법적 의무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영국, 미국 국회의원들이 기업의 공급망에서 삼림 벌채를 막기 위한 규제를 제안했으나 이후 추가적으로 해당 규제를 금융기관까지 확대하지는 않았다.
오는 3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산림 벌채 관련 논의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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