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런던 곳곳서 한국 문화 인기…"한류 최고조"
봉쇄 기간 온라인 문화 소비 급증…한국 콘텐츠 더 쉽게 확산
한식· K팝 넘어선 폭넓고 집중적인 관심…소프트파워 강국 우뚝
#2.런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채링크로스 거리. 이 일대는 '런던의 한국'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줄지어 거리를 채운 한국 식료품점과 음식점이 현지인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3.현대 미술의 심장인 런던 사치갤러리는 요새 밀려드는 한류 팬들을 맞이하느라 바쁘다. 글로벌 신진 예술작가로 발탁된 K팝 스타 송민호·강승윤·헨리의 미술 작품이 이 곳을 장식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봉쇄가 풀린 영국 런던에 한류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문화 예술계도 타격을 피하지 못했지만 한국 문화 만큼은 예외다.
15일(현지시간) 찾은 포일스 서점은 한국에 관한 도서와 기념품으로 구석구석 장식해 놓고 있었다. 한국어 교재를 넘어 여행, 웹툰, 드라마, 소설, 요리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이 눈에 띄었다. 이 서점은 2018년부터 매해 이맘때쯤 '한국 문화의 달' 행사를 열고 있는데 올해는 유독 특별하다.
서점 관계자는 "한국 도서 인기가 정말로 엄청나다. 매일 많이 팔려서 재고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띄엄띄엄 한국 책을 찾던 사람들이 올해엔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이라고 웃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한국 가수들과 기생충·미나리 같은 한국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여파다. 최근에 가세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영국 넷플릭스에서도 시청률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이정우 주영 한국문화원장은 "코로나19 봉쇄 동안 온라인을 통한 문화 소비가 커지면서 한국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며 "영국은 상대적으로 한류에 익숙하지 않은 면이 있었는데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집중적인 관심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런던 시내에서는 한국 식료품 체인과 음식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긴긴 코로나19 악몽 속에서도 여러 한식당이 새롭게 단장했다. 김치, 비빔밥 등 전통적인 한식을 넘어 한국식 햄버거, 양념치킨, 실내포차 음식 등 새로운 메뉴가 인기다. 최근 문을 연 한국식 핫도그 가게 앞에 거리 가득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치지기도 한다.
차링크로스 거리에 위치한 한 한식 업체에서 만난 점원은 한류 바람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저녁이면 계산하는 줄이 가게 뒤편까지 선다. 손님 대부분이 현지인인데 음식, 과자를 다양하게 사간다"며 "이 일대는 워낙 한국 음식점이 많아 런던 안의 한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식은 현지인들이 재해석하는 방식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영국의 명문 요리학교인 런던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컬리지는 이달 11~15일 교내 레스토랑에서 '한식 메뉴 주간'을 진행했다. 메뉴는 교수진이 짰고 학생들이 음식 만들기와 서빙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 곳에서 직접 식사해 보니 영국식과 한국식을 접목한 플레이팅과 현지 학생들 손길을 거친 한식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김치전, 만두, 불고기, 비빔밥, 가지볶음, 오이무침, 약식 등을 비롯해 호떡과 막걸리 아이스크림을 조합한 독특한 메뉴도 시선을 끌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 한식, 가요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 예술 전반으로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연말 런던에서는 한국에 초점을 맞춘 전시회, 음악축제, 영화제가 연이어 열린다.
사치갤러리는 이달 13~17일 '스타트 아트 페어'(START Art Fair)를 개최하면서 'K팝'이라는 명칭의 전시실을 아예 따로 꾸몄다. 본업인 가수 활동에 더해 미술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류스타 송민호, 강승윤, 헨리의 작품 여러 점이 이 곳을 채웠다.
이날 한류 스타들 작품 앞에서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던 젊은 중화권 여성들은 좋아하는 한국 스타의 미술 작품을 런던에서 직접 보게 됐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11월 4~19일에는 제16회 런던한국영화제가 영국을 달군다. 최신작과 고전, 단편 등 35편의 한국 영화가 현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윤여정의 특별전도 예정돼 있다.
내년 9월부터는 우리 정부 후원 아래 런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서 '한류! 한국 물결'(Hallyu! The Korean Wave)이라는 제목의 한국 문화 집중조명 전시회가 9개월에 걸쳐 대대적으로 개최된다.
영국 유력지 더 타임스는 최근 '한류! 한국 문화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라는 기사에서 "K팝, K드라마, K필름, K뷰티, K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주목했다. 일간 가디언은 'K붐'이라는 표현을 쓰며 "K팝과 K아트의 만남에 예술 세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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