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조현병 등으로 병역면제 판정 받았는데…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등 의료종사자 돼
정신질환 숨기고 자격증 땄거나 신검서 속임수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에서 '정신질환'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아놓고 의사, 어린이집 원장 등 정신질환이 있다면 이행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8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7.1~2021.8) 정신·안과 질환 병역면제자 중 취득 제한 자격·면허 발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을 사유로 면제판정을 받은 이들 가운데 수십명이 의료계에 종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가 된 사람은 6명, 치과의사 2명, 한의사 3명, 간호사 1명, 전문의 2명, 간호조무사 9명 등으로 나타났다.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응급구조사가 된 이들도 총 4명으로 집계됐다.
그밖에 어린이집 설치·운영자도 24명이다. 이같이 정신질환자이 있다면 취득이 제한되는 자격·면허를 발급 받은 이들은 총 80명에 달했다.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르면 병역이 면제되는 정신질환은 조울증(양극성 장애), 조현병 등 중증 질환이다. 의료 행위를 하거나 보육에 뛰어들 경우 사회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의사의 경우 의료법 '제8조 제1호', 어린이집 설치·운영자라면 영유아보육법 '제16조 제2호'에서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자격 취득을 금지한다고 명시한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역시 관련법에 따라 자격 발급을 제한한다.
강대식 의원은 "▲병역판정검사를 받을 때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했으나 막상 이같은 병이 있다면 얻을 수 없는 직종의 자격증을 딸 때는 정신질환이 없다고 허위 대답한 경우 ▲애초에 병역판정검사에서 속임수를 쓴 경우 등이 상당히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뒤 증세가 호전돼 이같은 자격증을 취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강대식 의원 측은 "질환이 호전됐다면 병역법에 따라 만 38세 이전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병무청의 관리 소홀도 문제다. 이들이 병역판정검사 과정에서 속임수를 썼는지 입증할 수 있는 '확인신체검사'를 병무청은 지난 3년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병무청의 직무유기로 봐야한다는 게 강 의원의 지적이다.
강 의원은 "현재 병무청이 관리하는 정신질환자 취득 제한 자격·면허에는 수렵면허, 주류제조사, 보육교사 등도 있는데도 병무청은 이에 대한 현황 조차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정신질환자 등 자격·면허 제한자의 면탈여부와 종합적인 조사·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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