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코맥 매카시 '신의 아이'

기사등록 2021/10/08 15:16:00
[서울=뉴시스] 신의 아이 (사진=문학동제 제공) 2021.10.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미국 현대문학 대표 소설가 코맥 매카시가 1973년 발표한 세번째 장편소설 '신의 아이'(문학동네)가 출간됐다.

1965년 데뷔작 '과수원지기'로 포크너 재단 상을 받은 저자는 1968년 두 번째 작품 '바깥의 어둠'을, 1973년 세 번째 작품 '신의 아이'를 발표하며 문단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 소설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된 서부 장르소설로 넘어가기 전 초기작으로 사회와 사회질서로부터 멀어져 고립된 채 살아가다 결국 연쇄살인과 시간(屍姦)을 저지르고 비참하게 추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1960년대 테네시주 서비어 카운티에 사는 주인공 27살의 레스터 밸러드는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 테네시주에 살던 작가가 신문에서 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캐릭터다.

작가는 이 인물에게 왠지 모를 연민을 느꼈다고 했지만 독자에게 그의 용서를 바라거나 그의 행동을 설명할 만한 사회적, 심리적 이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레스터의 행동은 섬뜩하고 혐오스러우며 작가도 그를 "가짜 복사(服事) 또는 살균된 중범죄자, 섬뜩한 짓을 벌이는 자, 시간제로 시체를 먹는 악귀"로 묘사한다.

서술 방식도 전통적 규범과 스타일에서 벗어나 있다. 애초에 단독 서술자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서, 시점도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일인칭과 삼인칭을 왔다갔다한다.

인물 사이 대화는 따옴표 없이 쓰였고, 무미건조한 서술이 이어지는가 하면 시적인 묘사가 불쑥 등장한다.

‘신의 아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소설은 상징과 암시가 가득해 우화, 신화, 구약 성경의 에피소드처럼 읽히기도 한다.

내용 면에서나 형식면에서나 기존의 관습적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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