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거머쥔 구르나, 작품 보니…'난민 혼란' 통찰

기사등록 2021/10/08 09:58:44 최종수정 2021/10/08 10:04:14
[캔터베리=AP/뉴시스]2021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2021.10.8.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Abdulrazak Gurnah)는 난민 출신으로 식민주의에 대한 심도 있는 성찰을 해온 인물이다. 

구르나는 1948년 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 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러나 잔지바르 정국 혼란으로 인한 학살을 피해 모국을 떠나 1960년대 말 난민으로 영국 잉글랜드에 들어왔다.

그는 영국 켄트대학에서 영문·탈식민주의 문학 교수를 지내다가 최근 은퇴했다. 모국어는 아프리카 남동부에서 쓰이는 스와힐리어이지만 영어를 '문학적 도구'로 삼았다.

구르나는 10편의 소설과 다수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난민의 혼란'이라는 주제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1987년 데뷔작인 '출발의 기억(Memory of Departure)'은 고국 탄자니아의 실패한 봉기에 대한 소설이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1994년작 '낙원(Paradise)'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탄자니아로 몰려든 독일군과 강제 징집에 대한 내용으로 식민주의의 상처를 간직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부커상과 휘트브레드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런던=AP/뉴시스]2021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저서들. 2021.10.8.
구르나의 6번째 소설인 2001년작 '바닷가(By the Sea)'도 부커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가짜 신분으로 영국행을 시도하는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2020년작 '사후의 삶(Afterlives)'은 20세기 초 독일이 점령한 동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4명의 인물들을 다룬다.

노벨위원회는 '식민주의 영향 및 문화·대륙 사이의 격차 속에서의 난민의 운명에 대해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연민을 갖고 파고든 공로'를 들어 구르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아울러 "구르나의 진실에 대한 헌신과 단순화에 대한 혐오가 인상적"이라며 "그의 소설은 틀에 박힌 묘사에서 벗어나 세계의 다른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적으로 다양한 동아프리카에 대해 우리의 시야를 열어준다"고 밝혔다.

구르나는 수상 직후 영국 PA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매우 놀라우면서 겸손해진다"고 깜짝 수상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캔터베리=AP/뉴시스]2021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2021.10.8.
특히 노벨문학상을 시상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자신이 직접 겪은 난민 위기와 식민주의 문제를 주목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문제는 매일 우리와 함께 있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상처받고 있다"며 "가장 다정한 방식으로 이 문제들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신이 어린 시절 영국으로 건너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테러 국가에서 투쟁, 탈출하고 있다며 "세계는 1960년대보다 훨씬 더 폭력적"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아프리카 출신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0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소설가 존 맥스웰 쿠체 이후 18년 만이다. 아프리카계 흑인 작가로는 1986년 나이지리아 출신 극작가 월레 소잉카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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