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이야기로 씁쓸한 자화상을 보여줬던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개인적 주제를 탐험한다. 작가는 엄마에게 노트와 펜을 선물하며 '아들이 잘되길 바란다면 엄마의 인생과 친구들, 연애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달라'고 했다.
엄마는 한 달도 안 돼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써서 줬다. 엄마의 글은 자기 인생의 고백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같았다. 작가는 엄마의 경험담을 큰 줄기로 삼아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는 사랑과 연애다. 이혼한 지 오래인 소연은 관광나이트 웨이터인 종석과 지지부진하고 권태로운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 친구 명옥은 연하 남친과 불륜에 빠져 있고 성불구 남편을 둔 연정은 헬스장에서 말을 걸어온 신사에게 설렌다.
그들의 연애 행각은 7080 라이브카페, 관광나이트, 모텔, 아귀찜 식당에서 은밀하게, 혹은 공공연하게 펼쳐진다. 술에 취한 등산객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곱지 않은 눈길이 가듯 만화 속 중년남녀의 로맨스를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작가는 예민한 관찰력으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스무 살 때와 다를 바 없이 들끓는 50대의 감정을 눈앞에 펼쳐 보이고 이것을 부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엄마의 모성애와 희생이 당연하다거나, 나이가 들면 삶의 지혜가 생길 거라는 기대를 유쾌하게 전복시키며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았던 우리 시대 엄마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한편 하비상은 미국 만화가 겸 편집자인 하비 커츠먼의 이름에서 따온 상이다. 1988년부터 시작된 만화계의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만화계 오스카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 만화 최초로 김금숙 작가의 '풀'이 미국 하비상 2020년 '최고의 국제도서'를 수상한 데 이어, 마 작가가 올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은 뉴욕코믹콘 기간인 8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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