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학 부상은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린 대형 사건들 때문이다. 1972년 앨라배마주 메이컨 카운티에서 진행된 매독 실험이 언론에 폭로됐다. 미 공중보건국이 1930년대 초부터 40년간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600명을 대상으로 해온 이 실험의 잔혹 행위가 드러났다.
이 폭로로 미국은 인체 실험의 윤리적 원칙을 수립하는 '생의학·행동과학연구인간피험자보호를위한국가위원회'가 1974년 설치됐고, 이 연구에서 준수되어야 할 가이드라인으로 ‘벨몬트 보고서’가 개발됐다.
책 '죽기는 싫으면서 천국엔 가고 싶은'(후마니타스)은 의학과 과학의 진보와 함께 찾아온 생명윤리학의 쟁점들을 살핀다.
이 책은 전염병 예방이나 백신 접종, 건강보험 등 공중보건 이슈에서 동물·인체 실험, 장기이식, 임신중지, 재생산 기술, 죽음, 유전자공학, 뇌과학 이슈까지 '생명윤리학'이란 키워드로 접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망라한다.
이 책을 집필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총장인 정치철학자 에이미 거트먼과 같은 대학에서 의료윤리를 가르치는 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조너선. 모레노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대화와 발견을 촉진하고 싶다고 말한다.
201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2020년 페이퍼백 버전이 나오면서 '팬데믹 윤리'라는 제목의 저자 후기가 추가됐다. 40쪽 분량의 이 글에서 저자들은 팬데믹 윤리의 본질이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마음을 쓰는 집단적 헌신'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전 지구적 팬데믹 앞에 민족주의를 둘 자리는 없다"며 "전 세계의 공중보건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득'"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폭넓은 연구, 공평하고 비용 부담 없는 보건의료 체제, 강력한 보건의료 인프라, 해당 분야 전문가를 신뢰하고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지도자와 시민을 동시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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