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4호 실소유'…미국에 있어 대면조사 불가
범죄인인도청구, 현지 법원서 인정돼도 '불복 절차'
'이태원 살인사건'…체포 뒤 국내 송환까지 4년 걸려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차남 혁기씨의 경우, 검찰의 수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후 미국에서 잠적 생활을 이어가다 도피 6년 만인 지난해 7월 현지에서 체포됐지만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이 2011년 미국에서 체포되고도 법원의 인도 결정에 불복해 버티다 2015년에야 송환된 사례도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은 앞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한 데 이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조만간 소환할 전망이다.
수사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선 또 한명의 '키맨'으로 보이는 남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그가 자진해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는 한 검찰로선 직접 대면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권 무효화 조치 등을 통해 남 변호사를 압박하는 방법도 거론되나 이는 사실상 말그대로 '압박' 차원에만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권 무효화가 이뤄지더라도, 체류국에서 기존 비자만 연장받을 수 있다면 해당국에 계속 머무를 수 있다. 2019년 캐나다로 출국했지만 여전히 귀국하고 있지 않은 윤지오씨가 대표적이다. 앞서 정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후원금 사기 등 혐의로 고소·고발된 윤씨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특히 일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이미 2~3년 전부터 미국에서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져, 이미 장기체류 비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혁기씨는 체포 후 1년이 지난 올해 7월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 의해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른 송환 대상자로 인정됐지만, 앞으로도 인신보호청원 등을 통해 인도 절차를 유예시킬 방법이 있다.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씨 역시 인도명령에 불복해 버티다가 체포영장 발부 3년 만에 프랑스에서 국내로 송환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과 함께 개발사업을 사실상 주도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부동산개발업자로부터 공영개발인 대장동 사업을 민영개발로 바꿔 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후 성남시가 민관 합동 방식으로 변경한 후 개발사업 시행사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 투자금 8000만원 가량으로 참여해 1000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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