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일 만인 4일 통신선 복원…정기통화 이어갈 듯
北, 응답했지만 "중대 과제 해결 노력" 떠넘겨
南 통해 美 적대정책 철회 모색?…한미 이견 노출
4일 오전 9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끊었던 남북 통신선을 복원한 데 따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및 군통신선을 통한 통화가 이뤄졌다. 앞으로 남북은 전처럼 매일 오전 9시, 오후5시 정기통화를 하고 사안 발생 시 수시로 통화할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통신선 복원 의사를 밝힌 지 닷새 만에 이뤄진 진전이다. 북한과의 관계 복원을 둘러싼 기대감이 나오지만 통신선 재가동만으로 낙관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복원 결정을 알리면서 남측이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서 선결돼야 할 중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중대과제는 최근 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요구해온 적대시 정책 및 이중기준 철회를 뜻한다고 해석된다. 이는 사실상 한미 연합훈련 중단, 신무기 도입 중단, 북한 국방력 강화에 대한 비난 중단, 유엔 대북 제재완화 등을 의미한다고 여겨진다. 하나같이 한미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남한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미사일을 쏘는 흐름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대화 중에도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면서 이중잣대 철회를 요구하면 도발의 일상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9월에만 4차례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도 담화와 연설을 통해서는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띄웠다.
북한은 지난달 11~12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25일 김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종전선언, 남북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28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튿날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연락선 복원을 예고했다. 그 다음날인 30일에는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대남 온건 메시지와 국방력 강화는 별개라는 기조로, 우리 정부의 대응이 한층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제재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북측의 이중기준 철회 요구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애초에 적대적 의도란 게 없다는 미국 측 입장과 같다.
그러면서도 정 장관은 "대북 제재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며 북한에 인센티브(유인책)를 제공하자는 주장을 이어갔다. 정 장관은 국정감사 몇 시간 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면 협상에서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지난달 미국외교협회(CFR) 대담 발언과 일치하는 방향이다.
미국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방점을 찍고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해왔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 진전 없이는 인센티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2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정 장관의 대북제재 완화 주장 관련 논평 요청에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미국과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유엔 안보리는 1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비공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공동성명 채택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철수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 국장은 3일 담화에서 미국 등의 요청으로 개최된 이 회의를 "우리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고 난폭한 침해며 용납 못할 엄중한 도발"로 규정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간 교착이 길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남한을 고리로 적대시 정책 철회를 포함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타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남북합의 이행 등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가 시작되고, 이를 진전 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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