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흔히 사람들은 호스피스 병동을 삶의 이야기가 뚝 끊기는 벼랑으로 여기고, 이곳에 오면 곤두박질치며 죽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호스피스에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삶을 이어 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말기 환자들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남은 삶의 순간을 깊이 음미한다.
호스피스 전문의인 저자 레이첼 클라크은 책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메이븐)를 통해 '그런 일을 어떻게 견디세요?'라는 묻는 사람들에게 "의사이자 인간으로서 자신을 성장시켜 준 곳이 바로 대다수가 꺼리고 두려워하는 호스피스였다"고 답한다.
이 책에는 시사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저널리스트가 호스피스 전문의로 선회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마다 수백만 명에게 이야기가 도달된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유도하고 조종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느 순간 그것이 영혼을 갉아먹는 것처럼 느껴진 저자는 고민 끝에 직접 사람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저자는 죽어 감과 살아감은 이항 대립이 아니며, 그 둘은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로부터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웠다고 자부하던 호스피스 의사인 저자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비로소 깨달은 삶의 의미를 이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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