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세상 짧고 굵게" 문학·출판계 '온라인 연재' 활기

기사등록 2021/09/30 10:42:24

이슬아 작가 등 개인 연재 인기→단행본으로 출간까지

문학동네 웹진 '주간 문학동네', 연재 활성화·작가와 윈윈

[서울=뉴시스] '일간 이슬아' 2021 늦봄호 ('이슬아'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수습 기자 = 코로나19로 급변화한 디지털 시대, 문학출판계도 '온라인 연재' 플랫폼으로 활기를 얻고 있다.

 대형 출판사는 작가들의 주간 연재처를 자처하며 웹진 플랫폼을 만들었고, 젊은 작가들은 개인 SNS를 통한 '주간 연재' 등 메일링 서비스로 독자와의 끈을 잇고 있다.

최근 창간된 사회입문잡지 '뉴래디컬리뷰' 편집위원 김미정 문학평론가는 "계절 혹은 월 단위로 발표되고 읽히던 작품 생산의 사이클이 빨라졌다"며 "시, 소설 등 기존 문학작품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읽을거리들이 실험되는 양상도 눈에 띈다"고 전했다.

◆구독자 모집합니다-작가들의 개인 연재

구독자를 모집해 글을 보내는 메일링 서비스의 선봉에 있는 것은 이슬아 작가다. 2018년 '일간 이슬아'라는 이름으로 일간 연재를 진행한 그는 직접 구독자를 모으고 구독료를 받아 일간 연재를 시작했다. 2021년 현재는 양다솔 작가, 문보영 시인 등 다양한 등단, 미등단 작가들이 이와 같은 연재를 시도하고 있다.

이슬아 작가의 인기는 출판시장에서도 이어졌다. 그가 구독자에게 전달하던 글을 모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출판하자 뜨거운 반응이 나왔다. 그는 이후 자신의 출판사를 설립하고 매해 '일간 이슬아'를 이어갔으며 이를 지속해서 단행본으로 출판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이슬아가 자신의 연재물을 모아 발표한 단행본 '심신단련'은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판매량 종합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표지를 다시 디자인한 리커버판이 발매되는 등 기성 작가보다 훌륭한 성과를 얻어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는 문학상 수상이나 문예지 연재가 아닌 자신만의 일간 연재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지난 7월 처음으로 개인 연재를 시작한 양다솔 작가는 연재를 시작하고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는 "연재를 통해 구독료를 받고 생계에 보탬이 될 수도 있지만 마감기한이 정해지면 글을 쓰는 원동력이 생긴다"고 그는 설명했다.

양다솔 작가는 구독자에게 최선을 다한 글을 전달할 준비가 된 작가라면 이런 짧은 호흡의 연재를 "강력 추천"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격일간 다솔' 2021 7월호 (사진=양다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이런 연재에도 어려움은 존재한다. 짧은 시간 안에 글을 쓰고 다수의 독자에게 발송해야 하는 만큼 노동 강고가 높으며 구독자를 직접 관리하고 구독료까지 챙겨야 한다. 양다솔 작가는 연재를 생각하는 예비 작가에게 필요한 것으로 "구독자에게 좋은 글을 제공할 수 있는 용기와 책임"을 꼽았다.

독자들은 일간 연재에 열광하고 있다. 평소 다양한 작가를 직접 구독하고 글을 받아보고 있는 한 독자는 "메일함으로 매일 오는 글을 통해 작가에게 친밀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연재된 글이 출판됐을 때 자신이 이전에 읽으며 좋았던 글을 실제 책으로 소유할 수 있어 단행본 구매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대형 출판사도 발 벗고 나서...웹진 '문예지' 등장

지난해 3월 론칭한 문학동네의 웹진 '주간 문학동네'는 기존의 문예지와 전혀 다른 성격의 잡지다.

해당 잡지는 기존에 계간지 혹은 월간지 형태의 문예지와 달리 주간지다.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하는 작가들은 매주 글을 마감해야 하며 독자는 매주 새로운 글을 접할 수 있다. 종이 인쇄가 아닌 웹페이지에서만 열람이 가능한 형태라는 것도 다르다. 주간지 웹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예지가 등장한 것이다.

김미정 평론가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글쓰기와 글 읽기의 사이클이 빨라진 오늘날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연재 시스템은 아주 기민하고 필요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주간 문학동네' 편집부는 해당 잡지의 장점으로 '장편 소설 연재 활성화'와 '작가의 안정적인 고료'를 꼽았다.

편집부의 김영수 과장은 "주간 문학동네는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안정적으로 집필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주간 문학동네 연재를 통해 작품 완성까지의 기간도 크게 단축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의 문예지와 비교했을 때 '주간 문학동네'는 확연히 빠른 호흡과 높은 접근성을 갖는다. 계간지를 통해 연재하는 장편소설의 경우 1년에 걸쳐 작품을 발표하고 이를 출판하는 반면 '주간 문학동네'에서는 3~4개월에 한 작품이 완결된다. 또한 모바일 사용이 늘어난 독자층을 겨냥해 접근이 쉽고 보기에 좋은 플랫폼을 만든 것은 접근성을 높였다.

문학동네 외에도 창비, 현대문학 등 다양한 출판사에서도 웹 기반 플랫폼 운영과 주간 연재를 시작한 만큼 새로운 연재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주간 문학동네 편집부는 작가와 출판사 모두에게 좋은 시너지가 나는 형태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가수 겸 작가 '이랑' (유어썸머 제공) 2021.09.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괄호가 많은 편지' (사진=문학동네 제공) 2021.09.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주간 문학동네'에서 연재한 경험이 있는 이랑 작가는 작가에게 연재처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재처가 있어야 지속적인 마감이 독려 되고 연재료라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랑의 주간 연재된 글은 '괄호가 많은 편지'라는 동명의 제목으로 출판되기도 지난 7월 출판되기도 했다. 그는 "주간 문학동네를 통해 연재하지 않았다면 책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현재도 그는 '경향신문'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이를 모아 출판할 계획을 하고 있다.

◆문학·출판계 어렵지만 기회는 있다

주간 문학동네 편집부는 앞으로의 과제로 "새로운 작가와 좋은 원고 발굴"이라고 꼽았다. 주간 연재 플랫폼을 갖춘 만큼 그 플랫폼을 채울 좋은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미정 평론가는 "새로운 컨셉의 플랫폼과 연재가 이어지는 만큼 창작자와 독자 사이의 유대감 증진도 과제로 남아있다"면서 "오늘날 문학 플랫폼에서의 독자는 시장에서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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