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개정안, 27일 본회의 상정 예정
인권위 "개정안의 허위·조작보도 개념 모호"
"고의·중과실 존부, 주관적 해석따라 달라져"
"언론 자유 위축 우려"…국회의장에게 표명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한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지난 13일 일부 신설 조항이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 등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조작보도할 경우, 피해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27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우선 인권위는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언론)의 자유'를 언급하며, 이는 무제한적인 절대적 자유는 아니지만 이를 제한하려는 경우 '명확성의 원칙' 등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인권위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허위·조작보도' 개념이 모호한 점을 지적했다. 언론중재법은 '허위·조작보도'를 '허위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등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인권위는 "권력 감시·통제 기능이 주된 목적 중 하나인 언론보도는 그 특성상 확인 가능한 사항을 중심으로 해당 사안에 의혹을 제기하거나 쟁점화를 통해 사회 문제로의 여론을 형성하는 경우 빈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재 당시에는 나름의 검증을 통해 객관적 사실이라고 판단해 보도했지만, 이후 일부 오류가 드러났을 경우 '허위·조작보도'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현재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의 개념으로는 불명확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특히 인권위는 "개정안의 허위·조작보도 개념 중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장한 정보'의 경우 정보를 접하는 대상자가 갖는 각각의 지식·신념·교양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며 "주관적이고 자의적 해석에 맡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언론의 고의 또는 중과실 요건으로 '보복적·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한 경우, 기사 본질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내용을 왜곡한 경우' 등을 규정한 것 역시 모호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개정안은 구체적 예시가 없어 보복이라는 추상적 개념에만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제목과 시각자료를 조합해 유추할 수 있는 새로운 사실 범주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등의 예측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결국 인권위는 이같은 내용이 불명확해 정보를 접하는 주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고, 그 의미 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된다고 볼 수 없어 고의·중과실 존부가 주관적이고 자의적 해석·판단에 맡겨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네이버'와 '다음' 같은 매개 행위를 하는 종합뉴스포털 등에 과도한 책임을 물어 이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회피하려 논란이 될 뉴스를 선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개선 방안으로 허위·조작보도 개념에 '허위성', '해악을 끼치려는 의도성',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 '검증된 사실 또는 언론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조작행위' 등을 넣어 언론보도 위축효과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부당한 위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삭제하고, '매개' 행위를 삭제해 포털을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나아가 피해자의 경우 보도의 대체적인 허위성 및 인격권 등 침해사실을 입증하도록 하고, 언론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 허위·조작보도에 해당되지 않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등 방법으로 적절한 입증책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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