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성범죄 피해 조사를 받던 여중생 2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이 새로운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피해 여중생 A양 유족 측은 9일 충북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행 당일 A양이 다른 친구와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을 공개하면서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유족 측이 공개한 대화 내용에는 A양이 친구 B양의 집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한 직후 "나 진짜 무서워, 꿈 아니야 생생했다"며 다른 친구에게 SNS 메시지를 보냈다.

또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데 밖에 아저씨가 있다. 빨리 와달라"며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성범죄 피해 후에도 B양은 A양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우리 집에서 잘래", "놀러오라"고 제안했고 A양은 "아버지 계셔?", "나 외박 금지" 등으로 거절했다.

A양이 다른 친구와 나눈 대화에는 당시 상황이 떠올라 괴롭다고 토로하는 내용과 B양을 걱정하면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방안을 촬영한 동영상 등도 있었다.

유족 측은 "이번 자료는 피해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며 "오는 13일 검찰에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양은 성범죄 피해 사실을 꿈이 아닌 현실로 받아들였지만, 그 충격을 잊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며 "하지만 더딘 수사와 또 다른 피해자인 친구 B양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도 했다.

유족 측은 "이 부분을 포함한 사건 전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부탁드린다"며 "만약 진실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 이유와 책임이 친족 성폭행에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계속 동거하게 한 국가와 사회에 있으니 즉시 아동 관련 법과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족 측이 제공한 공소장에 따르면 B양의 계부 C씨는 지난 1월17일 자신의 집에 놀러 온 A양에게 술을 먹이고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B양의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온 C씨는 지난해까지 의붓딸인 B양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도 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C씨는 지난 7월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의붓딸과 의붓딸 친구에게 술을 마시게 한 혐의(아동학대)만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 A양의 유족으로부터 성범죄 고소장을 접수한 뒤 3월 C씨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피해 발생 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같은 달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피해자 진술에 대한 전문가 분석, 증거 수집 등 보완수사를 이유로 영장을 되돌려보냈다.

경찰은 여중생들이 숨지기 하루 전날인 지난 5월11일, 재차 구속영장을 신청하려 했으나 검찰이 다시 한 번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사유는 피해자와 주변인 진술 보강 등 객관적 증거 확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C씨의 신변이 확보되지 않는 사이 A양과 B양은 5월12일 오후 5시11분께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아파트 22층 옥상에서 세상을 등졌다.

A양은 세상을 떠나기 전 유서를 통해 "하나 뿐인 소중한 엄마 아빠여서 고마웠고 미안해. 나 너무 아파 어쩔 수 없었어.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라며 그동안의 아픔을 유서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러면서 "솔직하게 다 털어버리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엄마, 아빠가 또 아플까봐 미안해서 얘기 못했어. 불효녀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그만 아프고 싶었어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이 일이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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