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갤러리서 3년만의 전시
'깊어진 아득한 회화' 340점 공개
서울 삼청동 학고재는 작가 김현식 개인전 '현玄'을 8일 개막했다. 2018년 학고재 개인전 이후 3년 만의 전시다.
레진이 품은 '21세기 단색화'라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레진(resin)을 붓고 단단히 굳힌 후 긁어내는 행위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평면 속에 드러내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평면 속 공간을 더 넓고 깊게 구현했다.
수많은 선긋기로 완성한 색색의 작품은 해외평론가들의 "동양적 신비로움"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미니멀 아트'로 다가섰다가 독특한 기법에 감탄하는 작품이다. (말끔하게 칠한 회화에 두꺼운 투명 코팅 처리를 해 놓은 것 같은 작품의 비밀은 '에폭시 레진'(epoxy resin)덕분이다. 공업용 투명 접착제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유리액자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다.)
김현식은 평면 속에 색이나 형태를 이용하여 깊고 아득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노자의 '현은 온갖 신묘함의 문'이라는 생각과 맞닿아 있다.
"레진을 붓고 말리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에 다다르고자 했다." 겹겹이 쌓아 올린 선들 사이의 투명한 미지의 공간은 색을 넘어선 본질로서의 공간으로 작동한다.
학고재 우정우 디렉터는 "동양에서 말하는 현(玄)으로서의 절대 공간을 표현함으로써, 숭고주의 회화를 재해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작품 '거울'(2021) 연작은 관찰자의 시선이 점진적으로 심연에 다다르게 한다. 작품을 보다 보면, 표면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과 작품 속 공간 사이를 시선이 넘나들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현식은 이 연작을 큰 규모로(300) 선보여 우주를 구현하고자 했다. 연못에 비친 자신이 모습을 보고 이전에는 몰랐던 감정을 깨닫게 되었던 신화 속 나르시스처럼, 모든 것을 품은 현(玄)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다.
작가는 "표면 너머의 무한한 공간과 조우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이번 전시에 '신묘함의 문을 여는 것' 같은 작품 340점을 공개한다. 10월17일까지.
작가 김현식은 누구?
김현식은 1965년 경상남도 산청 출신으로 1992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울산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그동안 학고재, 모거모던아트(런던), 아트 로프트(브뤼셀), 노블레스 컬렉션 등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 부산시립미술관(부산), 시안미술관(경북 영천) 등 주요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아트 바젤 홍콩(홍콩), 아트 브뤼셀(벨기에), 아트 파리스(프랑스) 등 해외 아트페어에서 주목받았다.◎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