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동맹 리장군 동상, 오랜 소송끝에 130년만에 철거

기사등록 2021/09/07 09:19:38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시내 기마상, 8일 철거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의 상징 사라져

[리치먼드( 미 버지니아주)=AP/뉴시스] 리치먼드 시내 번화가인 모뉴먼트애비뉴에 서 있는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 버지니아주의 리치먼드시 중심가에 우뚝 서 있던  남북전쟁 당시 남부동맹 지도자 로버트 E. 리 장군의 거대한 동상이 오랜 소송전 끝에 마침내 130여년만에 8일 철거된다고  AP통신과 미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리치먼드 시내 번화가인 모뉴먼트 애비뉴( 동상거리)의 거대한 4m 석축 위에 서 있는 이 동상은 남부동맹의 장군인 리 장군의 사실적인 청동 조형물로, 오랜 세월 동안 흑인 멸시와 인종 차별의 상징으로 철거 논란에 휩싸여왔던 기념물이다.

랠프 노덤 버지니아주지사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 버지니아주에 있던 남부동맹 침략의 마지막 기념물이 마침내 이번 주에 철거된다.  이는 우리 지역사회의 가치와 우리의 존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대한 발걸음이다"라고 밝혔다.

 높이 6.4m의 리 장군 기마상은 2020년 6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미니애폴리스 백인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뒤 10일만에 철거가 결정되었지만,   일부 주민들의 반대소송이 2건이나 제기 되어 철거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주 버지니아 최고 재판소에서 동상 철거 허용 판결을 받아 이번 주 8일에 시행하게 된 것이다.
 
주 정부는 철거 전날인 7일 저녁부터 주변에 보호 철책을 치는 등 철거행사의 준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일단 대좌에서 끌어내린 동상은 운반을 위해 두 조각으로 절단할 예정이지만  최종 결정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주 정부 총무국의 데나 파터 대변인은 말했다.

 동상 철거 뒤 9일에는 동상의 기단을 모두 철거한 뒤 그 자리에 타임 캡슐을 설치할 계획이다.

리장군 동상은 리치먼드 시내 기념물 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5개의 남부동맹 기념 조형물 가운데의 하나이다. 이들은  근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전국적 인종차별 반대 시위기간 동안 낙서와 파괴의 목표물이 되었다.

최근 몇 년동안 미국 사회에서는 남부동맹 기념물들이 흑인 노예제도를 사수했던 남부 역사에 대한 부적절한 존중이라는 의견과  그것은 인정하지만 철거까지 하는 것은 역사의 일부를 지우는 행위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하지만 2015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한 교회 성경공부 모임에서 백인 극우파가 9명의 흑인들을 집단 살해한 사건,  2017년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격렬한 시위이후로 흑인에 대한 테러가 자행된 이후로는 여론이 크게 변화하면서 곳곳에서 철거가 이어졌다.

리치먼드 시내의 리 장군 동상은 남북전쟁이 끝난지 수십년 뒤인 1890년에 건립된 기념물이다.  유명한 프랑스 조각가 마리우스-장-안토냉 메르시의작품으로 2007년 국가역사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동상이 프랑스로부터 도착했을 때에는 1만명의 주민들이 동원되어 수레로 지금 위치까지 1마일을 끌고 왔을 정도로 "걸작품"으로 칭송받았지만,  흑인 주민들은 오랫 동안 이를 노예제도의 상징으로 불편하게 여겨왔다.

철거운동을 주도한 흑인운동단체 연합의 로렌스 웨스트(38)는 최근의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없었더라면 철거가 불가능했을 거라면서,   민주당이 주 정부를 장악한 뒤에도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한 번도 철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한 동상이 사라지고 그 자리가 지역사회 공동의 공간이 되는 것을 보니까  앞으로는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연결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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