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홈런왕+한 시즌 10승 경이로운 기록 도전 중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투수로도 94승
보 잭슨은 NFL, MLB 모두 올스타 선발
오타니는 투수라고 칭하기엔 홈런왕을 노릴 정도로 타격이 좋고, 타자로 국한하기엔 10승에 1승만 남겨뒀다.
세계 각지의 야구 천재들이 모인 MLB 내에서도 2021년의 오타니는 단연 최고다.
철저한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 프로야구에서 투타를 겸업하면서 둘 다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 즉 이도류(二刀流) 또는 투웨이 플레이어(two-way baseball)는 거의 보기 어렵다.
오타니에 앞서 가장 성공한 투타 겸업 선수는 '야구의 신'으로 통하는 베이브 루스다. 전설적인 홈런왕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사실 루스는 시대를 주름 잡았던 에이스급 투수이기도 했다.
1914년부터 1935년까지 22시즌 동안 MLB 무대를 누빈 루스는 10시즌 간 투수로도 뛰었다. 총 163경기 중 147경기에 선발 등판해 남긴 성적은 94승46패 평균자책점 2.28.
보스턴 레드삭스에 몸담고 있던 1916년에는 무려 44경기에서 323⅔이닝을 던지며 23승12패 평균자책점 1.75를 찍었고 이듬해에도 24승13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했다.
지금처럼 지명타자 제도가 활성화 돼 루스가 더 오래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면 MLB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들은 그럴듯한 대접을 받는 백인 위주의 MLB와 달리 경제적으로 궁핍한 니그로리그에 속해 어쩔 수 없이 투타를 겸업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KBO리그 투타 겸업의 성공 사례로는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유일하다. 김 전 감독은 프로 원년인 1982년 투수로 26경기에 출전해 10승5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했고, 같은 해 타자로 타율 0.305, 13홈런 69타점의 빼어난 기록을 냈다.
이후 한국 프로야구의 투웨이 플레이어는 저변의 확대와 두터워진 선수층으로 자취를 감췄다. 강백호(KT)나 나성범(NC) 등 아마추어 시절부터 다재다능했던 이들이 올스타전이나 시즌 막판 이벤트성으로 잠시 투구를 선보이는 것이 전부다.
야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포지션을 바꾸는 것을 넘어 종목을 오가며 신의 부여한 운동 능력을 맘껏 과시하는 선수들도 있다.
보 잭슨은 1986년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통해 MLB에 입성, 1989년에는 올스타로 선발됐다. 이후 시카고 화이트삭스(1991년, 1993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1994년 현 LA 에인절스)를 거쳤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야구 선수의 이력과 별반 다를 바 없다.
1986년 NFL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잭슨은 계약을 거부하고 계속 야구에만 전념했다. 그런데 이듬해 로스앤젤레스 레이더스가 잭슨을 7라운드에서 덜컥 지명했다.
잭슨은 "야구에만 전념하겠다"고 버텼지만 레이더스는 "둘 다 해도 괜찮다. (NFL 몇 경기를 놓치더라고) 야구 시즌이 끝나면 팀에 합류하라"는 달콤한 제안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레이더스는 잭슨에게 NFL 역대 러닝백 최고 연봉을 쥐어줬고, 잭슨은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수비수들을 피해 달리고 또 달렸다. 1989년에는 무려 950야드 질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1990년 올스타 선발로 MLB와 NFL 올스타를 모두 경험한 선수가 됐다.
잭슨은 2019년 ESPN 스포츠 사이언스가 다양한 기준으로 심사한 역대 최고의 스포츠 선수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잭슨은 1라운드에서 로저 페더르(테니스), 8강에서 무하마드 알리(권투)를 눌렀다. 준결승에서는 마이클 조던(농구)을 눌렀다. 그의 위대함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2년 그의 일대기를 다룬 '당신은 보를 모른다'(You don't Know Bo)는 지난해 마이클 조던의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가 나오기 전까지 EPSN의 다큐멘터리 최다 시청자수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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