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할머니 살린 백구, 제1호 '명예119구조견' 됐다

기사등록 2021/09/06 16:22:23 최종수정 2021/09/06 16:24:31

폭우 속 논에 빠진 할머니 곁 40시간 머물며 체온으로 생명 구해

홍성소방서, 임명장·계급장 수여…소방홍보대사 수행

 
[홍성=뉴시스] 유효상 기자 = 의식을 잃은 채 논둑에 쓰러진 90세 치매할머니 곁을 지킨 백구가 '명예 119 구조견'이 됐다.

6일 충남도와 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홍성소방서는 이날 홍성군 서부면 심금순(64)씨의 반려견 백구(4)에게 명예119구조견 임명장 및 계급장을 수여했다.

임명장 수여식에는 양승조 충남지사, 도의원, 홍성경찰서장, 홍성소방서장 등 지역 기관장들이 대거 참석해 백구의 명예119구조견 임명을 축하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명예119구조견이다.

 할머니가 길을 잃고 논둑에 쓰러지자 곁을 떠나지 않고 하루가 넘도록 할머니를 체온으로 지키며 구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앞서 홍성군 서부면 어사리에 거주하는 할머니가 새벽에 일어나 보니 보이지 않는다는 딸의 실종 신고가 지난달 25일 아침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인근 농장의 CCTV에서 마을 밖으로 벗어나는 할머니의 모습을 확인하고 의용소방대와 방범대 등 마을 주민들과 함께 수색에 나섰지만 26일 오전까지도 할머니를 찾지 못했다.

 26일에는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은 홍성소방서 구조대원들도 현장을 수색했다.

실종 추정 40여시간 만인 이날 오후 3시30분께 경찰의 열화상 탐지용 드론 화면에 작은 생체 신호가 포착됐다. 벼가 무성히 자란 논 가장자리 물속에 쓰러져있는 할머니를 곁에서 지키는 백구의 체온을 확인한 순간이다.

 발견 당시 저체온증을 호소한 할머니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되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양승조 지사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백구는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 모두를 감동케 했다”면서 “백구가 보여준 것은 주인을 충심으로 사랑하는 행동 그 이상으로 사람도 하기 어려운 지극한 효(孝)와도 같다”며 대견스러워했다.

 견주 심금순씨도 “유기견이었던 백구가 3년 전 큰개에게 물렸을 때 도움을 줬고 그때부터 인연을 맺었다”며 “유독 어머니를 잘 따른 백구가 은혜를 갚은 것 같아 고맙고,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소방청은 지난해 4월 사람을 구한 동물을 명예 소방견으로 임명할 수 있는 ‘명예소방관 및 소방홍보대사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백구는 사람과 동물 등을 명예소방관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의해 탄생한 ‘전국 1호 명예119구조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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