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카드사들이 지난달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의 금리를 소폭 올렸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분위기에 카드사들도 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31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표준등급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운영가격)는 12.66~13.96%를 기록했다. 이들 7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3.1%로 전달(12.95%)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7월말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는 ▲현대카드 12.66% ▲KB국민카드 12.78% ▲신한카드 12.80% ▲하나카드 12.88% ▲우리카드 13.24% ▲롯데카드 13.35% ▲삼성카드 13.96% 순으로 낮았다. 개별 카드사별로 보면 삼성카드가 전월 대비 1.29%포인트 인상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이어 우리카드가 전월보다 0.79%포인트 올랐다. 반면 5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다.

고신용자의 카드론 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이 전업카드사의 평균금리 인상을 견인했다. 7개 신용카드사들이 공시한 신용점수별 카드론 금리를 살펴보면, 신한·삼성·현대·하나·우리카드의 경우 신용등급이 1~2등급인 고신용자 평균 금리가 전월보다 소폭 올랐다. 신한카드 10.11%, 삼성카드 10.38%, 현대카드 9.46%, 하나카드 11.32%, 우리카드 8.68%로 집계됐다. KB국민카드·롯데카드의 경우 1~2등급 고신용자의 평균 금리가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으며 각각 9.43%, 10.63%를 기록했다.

카드론은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한다. 쉽고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지만, 금리가 연평균 금리가 13% 안팎으로 고금리에 속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3조17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2조8740억원) 증가했다. 카드론 잔액이 늘어난 건 코로나19에 생활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등이 겹친 결과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통상 대출 규모를 확대하려고 할 때는 관련 마케팅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풍선효과가 일어나면서 카드론의 경우 전체 고객 대비 고신용자의 비율이 최근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총량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있는 만큼 과거처럼 금리 할인 등 관련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쳐서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금리가 높아진 것 같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주시하는 이유는 고신용자들의 경우 부족한 자금을 카드론으로 메워 부동산 등 투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젊은층의 경우 고금리로 카드론을 받아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에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부실 위험도 큰 상황이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5개 신용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의 개인 카드론 잔액은 지난 6월말 기준 27조918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0%(3조6456억원) 증가했다. 이중 20대가 5개 카드사에서 이용한 카드론 잔액은 1조199억원으로 작년 6월말보다 27.3%(2186억원)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카드사들이 대출자 연봉을 초과해서 대출해주지 않는다"며 "신용대출 규모가 크지 않지만, 풍선효과를 우려해 리스크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여신협회에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별로 연간 대출 총량 목표치가 있는데, 대다수 회사가 목표치 이내에서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있어 그대로 잘 관리해달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카드사들이 연말까지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은 고객별 신용도, 소득·부채 등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최근 일부 은행의 대출 중단 등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최근 가계대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적정 가계대출 증가수준을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다중채무자 및 고DSR 회원 대상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대출 부실위험을 줄이고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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